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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의전, 고려의 숨결을 느끼다 (학부모 연수 프로그램)
10월 20일 화요일, 가을 햇살이 눈부시게 쏟아지던 오후 1시. 숭의전에 반가운 손님들이 찾아왔다. 경기도연천교육지원청 학부모지원센터에서 주관하는 ‘2026년 지역 특색 학부모 연수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부모들이었다. 연천의 역사 유적지를 탐방하며 지역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배움의 동행을 이어 가기 위해 마련된 특별한 답사였다.같은 연천 하늘 아래에서 살아가는 군민들이기에 더욱 반가웠다. 평소에는 서로 다른 일상 속에서 살아가지만, 오늘만큼은 우리 고장의 역사를 함께 배우기 위해 숭의전이라는 한 공간에 모인 것이다. 문화관광해설사로서 이들을 맞이하는 내 마음도 여느 답사객을 맞이할 때와는 조금 달랐다. 내가 살아가는 고장의 역사와 문화를 이웃들에게 들려줄 수 있다는 사실이 새삼 보람으로 다가왔다.학부..
2026.10.20 -
✨️꿈속에서 만난 어머니, 그 환한 얼굴을 잊을 수가 없다
꿈을 꾸었다.잠에서 깨어났는데도 꿈속의 장면들이 좀처럼 지워지지 않는다. 마치 조금 전까지 그곳에 다녀온 것처럼 사람들의 얼굴이며 오가던 말소리, 집 안의 풍경까지 제법 생생하다. 꿈이란 대개 눈을 뜨고 나면 안개처럼 흩어지기 마련인데, 오늘 아침의 꿈은 이상하리만큼 또렷하게 남아 있다.그래서 기억이 더 희미해지기 전에 서둘러 적어 둔다. 꿈속에는 참으로 많은 장면이 뒤섞여 있었지만, 그중에서도 내 마음을 오래 붙잡은 것은 단 하나였다.이미 세상을 떠나신 어머니를 만났다는 것. 그것도 젊고 환한 모습의 어머니를.꿈은 지방선거 유세로 시작되었다.마을 전체가 선거 분위기로 떠들썩했다. 사람들이 이리저리 오가고, 누군가는 선거 이야기를 나누고, 또 누군가는 바쁘게 무언가를 준비하고 있었다. 내가 들어간 곳은 ..
2026.10.05 -
추석날, 증조부께 인사드린 아이들
추석날 아침,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아침상을 차려놓고 둘러앉으니 집 안이 금세 사람 사는 냄새로 가득해졌다. 평소에는 각자의 일상 속에서 바쁘게 살아가지만, 명절이라는 이름 하나에 이렇게 모여 앉을 수 있다는 것이 새삼 고맙게 느껴졌다.아침을 먹고 나서는 가족 모두 함께 부모님 산소로 향했다. 벌초를 해놓은 산소 주변은 말끔하게 정돈되어 있었고, 계절은 어느새 가을의 문턱에 와 있었다. 산소 아래로는 노랗게 물들어가는 논이 펼쳐져 있었고, 아이들에게는 도시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자연이 놀이터처럼 보이는 모양이었다.산소에 도착해서는 부모님께 예를 올렸다. 자식들이 차례로 절을 하는 모습을 바라보다가 문득 돌아가신 부모님 생각이 깊어졌다. 부모님이 살아 계실 때는 명절이면 당연하게 찾아뵙고 함께 음식..
2026.09.25 -
⚘️칠순을 그냥 지나치기엔 아쉬운 저녁
아내는 칠순 잔치를 하지 않겠다고 했다. 아마도 거창하게 사람들을 불러놓고 축하를 받는 것이 쑥스럽기도 했을 테고, 이제 나이 일흔이 되었다는 사실을 굳이 크게 드러내고 싶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다.그래서 큰아들이 다른 생각을 냈다.“그러면 다음 달에 가족끼리 제주도 여행이나 가요.”그뒤로 아들은 제주도 여행을 예약해 버렸다. 아내에게는 그것이 오히려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다.그렇게 칠순은 조용히 지나가는 듯했다.하지만 가까이 사는 친정 식구들까지 아무 일 없이 지나치기는 아쉬웠다. 결국 큰아들이 서둘러 오늘저녁, 아내의 친정 동생들과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였다.사진을 찍고, 잔을 부딪치고, 서로의 안부를 묻다 보니 어느새 식당 안에는 웃음소리가 가득해졌다.식탁 한가운데에는 예쁜 케이크가 놓여 있었고, 민결이..
2026.09.19 -
저녁노을
저녁을 먹고 운동하러 공원에 나왔다. ‘비 내리는 경성다방’ 음악을 튼 핸드폰을 자전거 핸들가방에 꽂아 넣고, 운동기구에 앉아 천천히 팔운동을 하다 무심코 바라본 서쪽 하늘.그 순간 나는 운동을 멈췄다.눈앞에 펼쳐진 하늘은 조금 전까지 내가 알고 있던 평범한 저녁 하늘이 아니었다. 구름 사이로 마지막 햇빛이 스며들며 온 하늘을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검푸른 구름 아래에는 붉은빛이 마치 불꽃처럼 번지고 있었고, 그 위로는 노을빛을 머금은 구름이 층층이 겹쳐 있었다.‘참 곱다.’나도 모르게 입 밖으로 한마디가 흘러나왔다.음악에서는 오래된 다방에서 흘러나올 것 같은 애잔한 선율이 들려왔다. 그런데 그 음악과 눈앞의 풍경이 어쩌면 그렇게 잘 어울리는지, 나는 팔운동을 하던 것도 잊은 채 한동안 하늘만 바라보았다..
2026.08.23 -
별똥별을 기다리던 밤, 당포성
13일 밤 11시가 가까워지고 있었다.아내와 나는 별똥별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13일 밤부터 14일 새벽까지 유성이 많이 나타난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평소에도 밤하늘을 올려다보는 것을 좋아하는 우리에게는 그냥 지나치기 아까운 밤이었다.“지금 당포성에 가볼까?”아내와 나는 그렇게 집을 나섰다.목적지는 가까운 당포성.별똥별을 보기 위해 밤늦게 찾아가는 당포성은 평소의 모습과는 전혀 달랐다. 입구에 가까워질수록 자동차가 하나둘 늘어나더니, 이내 도로가 붐비기 시작했다. 교통경찰까지 나와 차량을 정리하고 있을 정도였다.‘별똥별이 뭐라고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찾아왔을까.’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우리 역시 그 많은 사람들 가운데 한 사람이 되어 있었다.당포성 잔디밭에 들어서니 더욱 놀라웠다.사람들은 저마다 ..
2026.08.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