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1. 9. 10:01ㆍ삶이 깃든 이야기/나의 이야기
어젯밤, 조금은 이상하고도 묘한 꿈을 꾸었다.
꿈속에서 나는 지인들과 함께 식사를 하고 있었고, 식사가 끝난 뒤에는 자연스럽게 산책을 하고 있었다. 분위기는 편안했고, 날씨도 좋았던 것 같다.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은 장면이라 꿈이라는 자각도 없이 그저 평범한 시간처럼 흘러가고 있었다.

그런데 산책 도중, 둔덕 너머에서 누군가가 내 이름을 부르며 급하게 뛰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처음에는 누군지 잘 알아볼 수 없었지만, 점점 가까워질수록 얼굴이 또렷해졌고, 그제야 윤미숙 학예사라는 걸 알아차렸다. 꿈속에서도 ‘왜 저렇게 급히 오시지?’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나 역시 그녀를 향해 걸어가려는데, 갑자기 발밑이 이상했다. 길 위에 뾰족한 압정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것이 아닌가. 그냥 피해 가면 될 텐데, 꿈속의 나는 그러지 않았다. 하나하나 손으로 집어 들며 길을 정리했다. 시간이 꽤 걸렸고, 괜히 손도 아플 것 같았지만, 누군가 다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더 컸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왜 하필 압정이었을까’ 하는 의문도 남는다. 조심하지 않으면 다칠 수 있는 길, 그리고 그걸 치우며 가야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상황. 묘하게 상징처럼 느껴진다.
그렇게 압정을 치우며 가까이 다가가자, 윤 학예사가 숨을 고르지도 못한 채 말을 꺼냈다.

“지금 합참의장님이 연천에 오셨어요. 안내가 필요하대요.”
그 순간 꿈속 공기가 확 달라졌다. ‘합참의장’이라는 말이 주는 무게감 때문이었을까. 갑자기 상황이 공식적이고 긴박해졌다. 나는 자연스럽게 물었다.
“어디로 가실 계획이시랍니까?”
윤 학예사는 잠시 생각하더니,
“아마 백학 쪽일 거예요.”
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머릿속에서 자동처럼 하나의 장면이 떠올랐다.
‘그러면… 1·21 침투로겠구나.’
이상하게도 그다음부터는 실제 안내를 준비하듯 생각이 흘러갔다. 어떤 지점에서 이야기를 꺼내야 할지, 군사적 맥락을 어떻게 풀어야 할지, 너무 무겁지 않으면서도 핵심은 놓치지 않는 설명은 무엇일지. 역사적 사실과 현장의 지형, 그리고 지금 이 땅이 가진 의미까지 머릿속에서 빠르게 그려졌다. 꿈인데도 불구하고, 꽤 진지했다.

그러다 문득 꿈이 깨졌다.
끝까지 이어지지도 못했고, 실제로 안내를 하지는 못한 채 멈춰버린 꿈이었다. 그래서인지 특별한 결말도, 강렬한 장면도 없다. 어찌 보면 “조금 의미가 크지 않고 진행하다 깬 꿈”일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이 꿈을 그냥 흘려보내기에는 마음 한켠이 계속 걸렸다. ‘합참의장’이라는 존재가 상징하는 무게, 연천이라는 공간, 백학과 1·21 침투로라는 역사적 기억, 그리고 그 앞에서 설명을 고민하는 나 자신. 어쩌면 이 꿈은 앞으로도 계속 내가 짊어지고 가야 할 역할과 책임에 대한 무의식의 연습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이렇게 기록으로 남긴다.
꿈은 사라지지만, 기록은 남는다.
가볍게 꾸었지만 가볍지 않게 느껴진, 그런 밤의 이야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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