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곡리 선사 유적지, 숭의전, 자운서원을 다녀와서

2010. 7. 21. 22:30삶이 깃든 이야기/힐링연천

 

중, 고등학교에 다닐 때

역사 시험에 ‘연천 전곡리’가 자주 정답으로 올랐던 것을 떠올리며

자유로를 따라 선사인들의 생활 터를 보러 간다.

 

인간의 편리를 위해 만들어 내는

갖가지 상품이 넘쳐 나는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는

그들의 도구인 주먹도끼, 찍개들에 큰 감흥을 얻지는 못한다.

 

하지만 생각을 해 본다.

땐석기를 사용하던 인류가 점점 진화하는 모양의 석기를 만들어낸 것이

오늘날 우리 생활의 아주 작은 시작이 되었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그 작은 지식과 지혜들이 문명의 밑거름이 되었으리라.

그리고 알았다.

아슐리안형 주먹도끼 때문에 전곡리 선사유적지의 발굴이 중요하고 시험에 자주 나왔다는 것을.

 

 

 

난 잠시 선사인이 되어본다.

전곡리 유적지의 드넓은 잔디밭 속에 잠들어 있는 그들의 삶의 흔적을 상상해 본다.

모든 것이 갖추어져 있는 현재에 사는 내가 그 옛날을 상상하는 것도 힘이 든다.

무엇을 입어야 하는지, 먹을 것은 어디서 구해야 하는지, 잠 잘 곳은 어디에 정해야 하는지

알고 있는 상식을 총동원해 보지만

난 거처하나 제대로 잡지 못하고 나무 열매조차도 제대로 따먹지 못한 채 현실로 돌아왔다.

원시인류라고 불리어지고 있는 그들의 집터, 그들이 사용하던 도구들이 그 시대의 최상의 선택이었음을,

그들이 남기고 간 흔적에서 느낀다.

 

 

 

평소에 느끼지 못하지만

자유로를 따라 북으로 달리면 둘러쳐져 있는 철책과 군부대의 초소들,

저 멀리로 보이는 북한의 산들을 보며 우리나라의 분단의 현실을 생각해 본다.

TV속의 먼 나라 이야기처럼 들리던 북한이 우리와 마주하는 순간이 된다.

 

신라의 마지막 왕인 경순왕릉을 지뢰제거 작업 관계로 방문하지 못한다는 소리를 듣고

지난 전쟁과 분단의 현실이 전해주는 아픔에 잠시 눈을 감았다.

 

 

자신의 왕조를 고스란히 왕건에 바치고 편안하고 풍요롭게 살았지만 그 마음은 어땠을까?

‘경순왕은 자신의 안위를 위해 견훤을 피해 왕건에게로 간 것일까,

아니면 정말로 전쟁으로 인한 백성들의 죽음이 안타까워 그리한 것일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죽어 묻히고 싶은 고향으로도 가지 못하고 낯선 곳에 쓸쓸히 잠들어 있는 경순왕.

그의 능 앞에 서면 어떤 느낌이 전해져 올지 느껴보고 싶었는데 방문을 할 수가 없어 안타까웠다.

 

 

 

비가 내린다.

숭의전 해설사에 관한 이야기는 지난 면접 때 옆에서 같이 면접을 보던 분께 들었다.

문화유적 답사 지도자 과정에 지원한 동기가

많은 배경 지식을 가지고

한시를 읊어가며 나긋나긋한 어조로 해설을 해 주시던 숭의전 해설사님 때문이라고 했다.

 

 

빗방울이 굵어진다. 숭의전에 모셔져 있는 왕과 신하들의 눈물일까!

망국의 설움을 우리에게 잠시 내비친 것이리라.

 

 

장차 강사를 목적으로 이곳에 온 우리에겐

그분의 해설이 주는 바가 참 크다는 생각이 들었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다른 선생님들도 이구동성으로 그분께 받은 감흥을 말씀 하신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더니,

한결같은 칭찬에 갑자기 딴지를 걸고 싶어진다.

아이들에게 그분은 도대체 어떤 목소리로 어떻게 숭의전에 대해 알려 주실 지가 궁금해진다.

우리가 공부하는 입장이니 그 선생님 말씀 한마디에 온 신경을 썼지만, 아이들은 우리와는 너무나 다르니 말이다.

 

 

 

황희, 윤관, 이이를 파주3현이라고 한다며 파주3현 조사 숙제를 아이들이 가지고 왔다.

율곡 이이를 추모하기위해 세운 서원이 이곳 파주에 있다니!

율곡 이이는 강릉에만 연을 두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곳 파주시에 그의 가족묘가 있다니! 선뜻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 그랬구나!! 나는 율곡과 그의 어머니 신사임당만 생각했지

그의 아버지인 이 원수가 이곳이 고향이었다는 것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그의 호인 율곡도 이곳 지명을 따 지은 거라니, 아버지 고향에 대한 율곡의 애정이 대단 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율곡과 관련된 ‘나도 밤나무’에 대한 전설이 내려오는 곳도 바로 이곳이었다.

 

 

 

박정희 대통령시절

군부에 대한 이미지를 희석시키기 위해 문화재에 대한 정책을 편 것이 오늘날 많이 남아 있다.

조선시대의 여러 전쟁과 일제 강점기, 한국전쟁 등으로 훼손된 문화재들이 그러하듯

숭의전과 자운서원도 모두 그때에 복원된 것이라 고증에 의한 철저한 복원이 아닌 것이 안타까웠다.

 

 

옳은 것은 물론이지만 잘못되어져있는 것까지도 잘 배워 아이들에게 알려주는 것도 우리의 몫이란 생각이 든다.

 

율곡이 여덟 살 나이에 화석정에 올라

눈앞에 펼쳐진 풍광에 취해지었다는 <팔세부시>를 다시 한 번 읽으며 답사기를 마무리한다.

 

 

 

 

                                                                           2010.7.21 권 영 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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