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사상 - 제7장 예술론 (藝術論) - 7

2010. 1. 6. 16:26참사랑 영원까지/통일사상

六. 감상(鑑賞)의 요건(要件)

 


예술작품의 감상도 수수작용의 한 가지 형태로서, 여기에도 주체(감상자)와 대상(작품)이 각각 구비하지 않으면 안 되는 요건이 있다. 먼저 주체가 갖추어야 할 요건을 살펴보자.

 


  (1) 주체(主體)의 요건(要件)

 


먼저 성상적(性相的)요건(要件)으로서 감상자는 첫째로, 작품에 대하여 적극적(積極的)인 관심을 갖는 일이다. 이 적극적 관심을 터로 하고 미(美)를 향수(享受; enjoyment)하려고 하는 기본자세를 가지고 작품을 관조(觀照; intuition), 또는 정관(靜觀; contemplation)하지 않으면 안 된다. 즉 잡념(雜念)을 버리고 맑은 심경으로 작품을 바라보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생심(生心)과 육심(肉心)이 조화를 이루는 것, 즉 생심과 육심이 심정을 중심으로 하여 주체와 대상의 관계를 가질 필요가 있게 된다. 생심(生心)과 육심(肉心)이 주체와 대상의 관계를 가진다는 것은 진선미(眞善美)의 가치의 추구를 일차적(一次的)으로 하고, 물질적인 가치의 추구를 2차적으로 함을 뜻한다.

 


다음으로 감상자는 일정한 교양, 취미, 사상, 개성 등을 구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리고 작품을 만든 작가의 성상면(性相面) 즉 모티브(目的), 주제(主題), 구상(構想)이나 작가의 사상, 시대적-사회적 환경 등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작품을 이해한다는 것은 감상자가 자기의 성상(性相)을 작품의 성상에 맞춘다는 뜻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감상자는 작품과의 상사성(相似, 서로 닮음性)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밀레의 작품을 깊이 감상하고자 한다면 그 당시의 사회적 환경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1847년의 2월혁명 당시, 프랑스는 사회주의운동(社會主義運動)의 분위기 속에 싸여 있었으나 밀레는 그러한 분위기를 싫어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는 자연과 더불어 살고 있는 농민(農民)들의 순박한 모습에 매우 마음이 끌려서 농민들의 생활을 있는 그대로 표현코자 했다. 그와 같은 밀레의 심경(心境)을 알게 되면 그의 그림에 대한 미(美)가 한층 더 깊게 느껴지게 될 것이다.

 


또한 감상자는 작품과의 상사성(相似性, 서로 닮음)을 보다 높이기 위하여, 감상하면서 주관작용(主觀作用; Subject Effect)에 의한 부가창조(附加創造)를 병행한다. 주관작용이란 감상자가 자기의 주관적인 요소를 대상(작품(作品))에 부가하고, 작가가 만든 가치요소(價値要素)에 새로운 가치(要素)를 주관적으로 더 첨가하여, 그 합쳐진 가치를 대상가치로서 향수(享受)하는 것을 말한다. 주관작용은 립스(T. Lipps, 1851~1914)의 감정이입(感情移入; Einfuhlung, empathy)에 해당한다.

 


예컨대 연극이나 영화에 있어서, 배우는 연기하면서 어떤 경우에는 우는 척한다. 그러나 그 때 관객은 배우가 정말로 슬퍼하고 있다고 생각하여 함께 우는 일이 가끔 있다. 관객이 자기의 감정을 배우에게 투영(投影)하여 주관적으로 대상을 판단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감정이입(感情移入) 즉 주관작용(主觀作用)의 한 예이다. 주관작용에 의해서 감상자는 작품과 보다 강하게 일체화(一體化)하고 한층 더 깊은 기쁨을 얻게 된다.

 


그리고 감상자는 관조(觀照)에 의해서 발견된 여러 가지 물리적요소들의 조화를 총합하고, 그 전체적인 통일적조화와 작품속에 있는 작가의 성상(性相)(構想)을 결부시킨다. 즉 작품에 있어서의 성상과 형상의 조화를 발견한다.

 


마지막으로 주체(主體)(감상자)의 형상적요건(形狀的要件) 즉 신체적요건(身體的要件)에 대해서 살펴보자. 감상자는 건전한 시청각의 감각기관(感覺器官, 神經, 大腦) 등을 갖지 않으면 안 된다. 인간은 성상과 형상의 통일체이므로 성상적인 미(美)의 감상에 있어서도 건전한 신체적조건(身體的條件)이 필요한 것이다.

 


  (2) 대상(對象)의 요건(要件)

 


다음은 대상의 요건에 관하여 살펴보자. 대상(作品)이 갖추어야 할 요건이란, 먼저 미(美)의 요소 즉 물리적 여러 요소(構成要素)가 창조목적을 중심으로 하여 조화를 이루고 있음을 뜻한다. 그리고 작품의 성상(모티브, 목적, 주제, 구상)과 형상(물리적 제요소)도 조화를 이루고 있어야 한다.

 


감상에 있어서 작품은 감상자 앞에 놓여진 완성품(完成品, 완제품)이므로 이와 같은 작품이 가지고 있는 조건을 감상자가 마음대로 변경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전술한 바와 같이 감상자는 주관작용(主觀作用)에 의하여 작품과의 사이에 상사성(相似性, 서로 닮음)을 높일 수 있다. 또 감상에 보다 적합한 분위기를 만들기 위하여 작품의 전시(展示)에 있어서 위치, 배경, 조명(照明) 등의 환경을 적절히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

 


  (3) 미(美)의 판단(判斷)

 


다음은 미(美)의 판단에 대하여 언급하고자 한다. 가치는 주체와 대상의 상대적 관계(수수작용의 관계)에서 결정된다라는 원리에 의해 이상과 같은 감상의 조건을 구비한 주체(鑑賞者)와 대상(作品)과의 수수작용에 의해서 미(美)가 판단(判斷)(결정)된다. 즉 감상자의 미(美)에 대한 추구욕이 작품에서 오는 정적자극(情的刺戟)으로 채워짐으로써 미(美)가 판단되고 결정되는 것이다. 작품에서 오는 정적자극이란 작품 속의 미(美)의 요소가 주체의 정적기능(情的機能)을 자극하는 것을 말한다. 이와 같이 미(美) 그 자체는 객관적으로 있는 것이 아니고 작품 속에 있는 어떤 미(美)의 요소가 감상자의 정적기능을 자극하여, 감상자에 의해서 아름답다고 판단되어야 비로소 그 요소가 현실적인 미(美)가 된다.

 


다음에 미(美)의 판단과 인식에 있어서의 판단의 차이에 대하여 언급해 보자. 인식에 있어서의 판단은 주체(내적요소-원형)와 대상(외적요소-감각적내용)의 조합(照合)에 의해 이루어진다. 미적판단(美的判斷)도 마찬가지로 주체와 대상의 조합에 의해 성립된다. 이 조합(照合)의 단계에서 지적기능이 작용하면 인식이 되고 정적기능(情的機能)이 작용하면 미적판단(美的判斷)이 된다. 즉 대상이 가지는 물리적요소의 조화를 지적(知的)으로 포착하면 인식이 되고 정적(情的)으로 포착하면 미적판단(美的判斷)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지(知)와 정(情)의 기능은 전혀 별개의 것이 아니므로 미적비판(美的批判)에도 인식을 동반하는 것이 보통이다. 예컨대 이 꽃은 아름답다라는 미적판단(美的判斷)은 이것은 꽃이다라는 인식을 동반하게 된다. 이 관계를 도표로 표시하면 그림 7-4와 같다.

그림 7-4 미적판단과 인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