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사상 - 제7장 예술론 (藝術論) - 10

2010. 1. 6. 16:23참사랑 영원까지/통일사상

九. 미(美)의 유형

 


다음은 미(美)의 유형을 다루고자 한다. 종래의 미학(美學)이 미(美)의 유형을 다뤘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는 의미에서 이같은 제목을 다루려는 것이다.

 


  (1) 통일사상에서 본 사랑과 미(美)의 유형

 


목적을 중심으로 하여 주체와 대상이 수수작용을 함으로써 미(美)가 결정된다. 그러므로 보는 사람(주체)에 따라 결정되는 미(美)는 달라지고, 또 대상(예술작품, 자연물)의 종류에 따라서도 미(美)는 달라진다. 그와 같이 미(美)에는 무한한 다양성(多樣性)이 있으나 비슷한 미(美)를 한 데 모음으로써 미(美)의 유형이 정해질 수 있다. 종래의 학자들 중에는 이러한 미(美)의 유형을 제시한 학자(學者)도 있었던 것이다.

 


통일사상에서 보면, 앞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사랑은 미(美)와 불가분(不可分)의 관계에 있고, 미(美) 또한 사랑을 떠나서는 있을 수 없다. 부모(父母)가 자식을 사랑하면 할수록 자식은 그만큼 아름답게 보이는 것처럼 사랑이 양적(量的)으로 증대하면 미(美)도 양적(量的)으로 크게 느껴진다. 사랑과 미(美)는 주체와 대상의 수수작용에 의해서 상대적인 회로(回路)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즉 주체와 대상이 사랑을 주고받을 때, 주는 편은 사랑을 주고, 받는 편은 그것을 미(美)로써 받는다. 이와 같이 사랑과 미는 표리일체(表裏一體)를 이루고 있다. 따라서 미(美)의 유형을 생각하려면 먼저 사랑의 유형을 생각하면 된다.

 


하나님의 사랑은 가정을 통하여 분성적(分性的)으로 나타난다. 부모의 사랑, 부부의 사랑, 자녀의 사랑, 그리고 형제자매(兄弟姉妹)의 사랑이 그것이다. 이 네 가지 형태(形態)의 분성적인 사랑이 바로 사랑의 기본형이다. 이 기본형의 사랑은 다시 1)아버지의 사랑, 어머니의 사랑 2)남편의 사랑, 아내의 사랑 3)아들의 사랑, 딸의 사랑으로 구분된다.

 


이 3대 분성적(分性的) 사랑이 다시 양성(兩性)으로 분화(分化)되어 여러 가지의 편측적(片側的)인 사랑(片側愛)이 된다. 그리고 이 6종의 편측애는 각각 다시 세분(細分)되어서 더욱 다양(多樣)한 사랑으로 나타난다. 예컨대 아버지는 엄격성(嚴格性), 아량성(雅量性), 광활성(廣闊性), 장중성(莊重性), 심오성(深奧性), 경외성(畏敬性) 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아버지의 사랑은 엄한 사랑, 아량있는 사랑, 넓은 사랑, 장중한 사랑, 깊은 사랑, 외경의 사랑 등으로 나타나며, 어머니는 온화(溫和)하고 평화로운 면을 갖고 있기 때문에 어머니의 사랑은 우아(優雅)한 사랑, 고상(高尙)한 사랑, 따뜻한 사랑, 섬세한 사랑, 부드러운 사랑, 다정(多情)한 사랑 등으로 나타난다.

 


그리고 남편(男便)의 사랑은 남성적인 것으로서 아내에 대해서 적극적인 사랑, 믿음직한 사랑, 비장(悲壯)한 사랑, 과단성(果斷性)있는 사랑 등으로 나타난다. 아내의 사랑은 여성적인 것으로서 남편에 대하여 소극적(消極的)인 사랑, 내조적(內助的)인 사랑, 유순(柔順)한 사랑, 알뜰한 사랑 등으로 나타난다.

 


또 자녀의 사랑은 부모에 대하여 효성(孝誠)스러운 사랑, 복종(服從)하는 사랑, 의지(依支)하는 사랑, 어리광스러운 사랑, 익살스런 사랑으로서 나타난다. 그 외에 형(兄)의 남동생이나 여동생에 대한 사랑, 누나의 남동생이나 여동생에 대한 사랑, 동생의 형이나 누나에 대한 사랑, 여동생의 오빠나 언니에 대한 사랑도 있는 바, 이것들은 모두 자녀(子女) 상호간의 사랑으로서 역시 자녀의 사랑의 개념에 포함된다. 이와 같이 세 가지 사랑의 기본형(基本型)이 편측화(片側化)되고 다시 다양화(多樣化)되어 무수한 색깔의 사랑으로 나타나게 된다.

 


이러한 사랑의 유형에 대응하여 미(美)의 유형이 나타난다. 먼저 사랑의 3형태(三形態)에 대응하여 부모(父母)美, 부부(夫婦)美, 子女美라는 3형태(三形態)의 미의 기본형이 세워진다. 그것이 또 1)父性美, 母性美 2)남편美, 아내美 3)子息美, 女息美의 여섯 가지의 편측애(片側愛)로 구분된다. 그리고 그것들은 또 다시 여러 가지 특성을 가진 미(美)로서 세분화되는데 그것은 다음과 같다.

 


부성미(父性美)......엄격미(嚴格美), 아량미(雅量美), 광활미(廣闊美), 장중미(莊重美), 심오미(深奧美), 경외미(畏敬美)

 


모성미(母性美)......우아미(優雅美), 고상미(高尙美), 온정미(溫情美), 섬세미(纖細美), 유화미(柔和美), 다양미(多情美)

 


남편(男便)의 美......남성미(男性美), 적극미(積極美), 신뢰미(信賴美), 비장미(悲壯美), 과단미(果斷美), 용감미(勇敢美), 신중미(愼重美)

 


아내의 美......여성미(女性美), 소극미(消極美), 내조미(內助美), 순종미(順從美), 비애미(悲哀美), 상냥미(明朗美), 알뜰美

 


자식미(子息美).....남아적(.男兒的)인 특성을 지닌 효성미(孝誠美), 복종미(服從美), 의지미(依支美), 유약미(幼若美), 익살미(滑稽 美), 어리광美 등의 남성미(男性美)

 


여식미(女息美).....여아적(.女兒的)인 특성을 지닌 효성미(孝誠美), 복종미(服從美), 의지미(依支美), 유약미(幼若美), 익살美(滑稽 美), 어리광美 등의 여성미(女性美)

 


아버지는 자식에 대하여 언제나 따뜻한 사랑만을 주는 것이 아니다. 자식이 옳지 못한 일을 할 때는 엄하게 꾸짖기도 한다. 그 때, 자식은 기분이 나쁠지도 모르나 후에는 감사한다. 봄과 같은 따뜻한 사랑뿐만 아니라 겨울과 같은 엄한 사랑도 사랑의 한 형태인 것이다. 그와 같은 엄한 사랑도 자식에게는 美로서 느껴지게 된다. 이것이 엄격미(嚴格美)이다.

 


또한 자식(子息)이 어떤 잘못을 크게 저지른 다음 아버지에게 꾸지람을 들을 것으로 생각하고 집에 돌아왔다고 하자. 그런데 아버지는 괜찮다고 용서해 줄 때가 있을 것이다. 자식은 그 때 아버지에게서 바다와 같은 넓은 미(美)를 느끼게 된다. 그것이 아량미(雅量美)이다. 즉 아버지로부터 여러 가지의 사랑을 받으면 거기에 따라 자식은 여러가지 색조(色調)의 미(美)를 느끼는 것이다. 어머니의 사랑은 아버지의 사랑과 다르다. 어머니의 사랑은 대단히 온화(溫和)하고 평화(平和)스럽다. 그와 같은 어머니로부터의 사랑을 자식은 우아미(優雅美), 유화미(柔和美) 등으로 느끼게 된다.

 


남편의 사랑은 아내에게 있어서 남성다움, 늠름성 등으로 느끼게 된다. 그것이 곧 남성미(男性美)이다. 그리고 아내의 사랑은 남편에게 있어서 여성다움, 부드러움, 상냥함 등으로 느끼게 된다. 그것이 여성미(女性美)이다.

 


부모를 기쁘게 하려고 하는 것이 자식의 본성(本性)이다. 자식은 공부를 잘 하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춤을 추는 것 등을 통해서 부모를 기쁘게 하려고 한다. 그것이 자녀의 사랑이다. 그리고 그것을 부모는 미(美)로써 귀엽게 느끼게 된다. 혹은 익살스러워서 견딜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이것을 익살미라고 한다. 게다가 자식이 성장함에 따라 연령(年齡)에 상응한 미를 부모는 느끼게 된다. 이러한 미(美)는 같은 자녀(子女)라 하더라도 남아(男兒)에게서 느끼는 미(美)와 여아(女兒)에게서 느끼는 미(美)가 또한 다르다. 전자(前者)는 자식미(子息美)요 후자(後者)는 여식미(女息美)이다. 자녀들끼리 즉 형제자매(兄弟姉妹)사이에도 형제 및 자매의 사랑에 대응하여 특유한 미(美)가 나타난다. 즉 형제미 및 자매미가 나타난다.

 


이와 같이 인간은 어렸을 때, 가정에서 성장하는 동안에 다양한 미(美)의 감정(感情)을 체험하게 된다. 그런데 이와 같은 다양한 미(美)의 감정이 복합되거나 분리(分離) 또는 변형되면서 천태만상(千態萬象)의 미(美)를 느끼게 된다. 자연이나 예술작품을 대할 때에 느껴지는 미(美)의 감정은 그 유래가 모두 이와 같이 가정에서 형성된 미(美)의 유형에 있었던 것이다. 가정을 기반으로 한 인간관계에서 형성되는 여러 가지 형태의 미(美)가 자연으로 옮겨지고 작품으로 옮겨진 것이 자연미(自然美), 작품미(作品美) 등의 미의 유형이다.

 


예컨대 험준(險峻)한 산이나 높은 벼랑에서 떨어지는 폭포를 보게 될 때 장엄(莊嚴)한 미(美)를 느끼게 되는데, 그것은 부성미(父性美)의 연장이요 변형이다. 조용한 호수나 화창한 평야(平野)에서 느끼는 미(美)는 모성(母性美)의 연장이요 변형이다. 또 동물의 새끼나 식물의 싹이 돋아 나올 때의 귀여움은 자녀미(子女美)의 연장이요 변형이다. 예술작품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성모(聖母)마리아의 그림이나 상(像)은 모성미(母性美)의 표현이며 고딕양식(樣式)의 건축은 여성미(女性美)의 연장 혹은 변형으로 볼 수 있다.

 


  (2) 종래의 미(美)의 유형

 


미학(美學)中에 있어서 기본적인 미(美)의 유형이 된 것은 우미(優美; Grazie)와 숭고미(崇高美; Erhabenheit)이다. 우미(優美)란 아주 긍정적이고 직접적으로 쾌감(快感)을 주는 미(美)이고, 균형이 잡힌 조화의 미(美)이다. 한편 숭고미(崇高美)란 높이 솟은 산이나 소용돌이치는 성난 파도와 같이 경이(驚異)의 감동, 경외(畏敬)의 감정 등을 주는 미(美)이다.

 


칸트는 또한 美(優美)에는 자유美(Freie Schonheit)와 부용미(附庸美; anhangende Schonheit)가 있다고 하였다. 자유미란 일반적으로 누구에게나 공통적으로 느끼는 미(美)로서 어떤 특정한 개념에 의해서도 구속되지 않는 미(美)를 말한다. 부용미(附庸美)란 입는 데 어울린다거나, 사는 데 어울리기 때문에 아름답다고 느껴지는 것 같은, 어떤 목적(혹은 개념(槪念))에 의존하는 미(美)를 말한다.

 


그 밖에 일반적으로 예술론에서 거론(擧論)되고 있는 것으로서 순수미(純粹美; Reinschone), 비장미(悲壯美; Tragische), 익살미(Komische) 등이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종래의 미(美)의 유형은 경험을 통하여 이루어진 것으로서, 무엇을 기준으로 하여 분류되는지 애매하다. 거기에 대하여 통일예술론(藝術論)에서의 미(美)의 유형은 위에서 말한 대로 명확한 원리에, 즉 사랑의 유형에 근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