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사상 - 제8장 역사론 (歷史論) - 2

2010. 1. 6. 16:20참사랑 영원까지/통일사상

一. 통일사관(統一史觀)의 기본입장(基本立場)

 


통일사관의 기본입장은 통일원리중의 복귀원리를 근거로 한 입장이다. 그런데 복귀원리(復歸原理)에 근거해서 통일사관은 역사를 세 가지 관점에서 설명한다. 첫째는 죄악사(罪惡史)로서, 둘째는 재창조(再創造)역사로서, 셋째는 복귀(復歸)역사로서 역사를 해석한다. 그리고 역사를 해석함에 있어서, 역사에 법칙이 작용했는가 하는 문제와, 역사의 시원(始元)이나 방향(方向)의 문제도 제기되곤 하기 때문에, 이러한 제문제도 본항(本項)에서 함께 다루고자 한다.

 


  (1) 죄악사(罪惡史)

 


먼저 통일사관(統一史觀)이 보는 죄악사(罪惡史)에 관해서 살펴보자. 역사는 인간 조상의 타락에 의해서 출발한 죄악사(罪惡史)이다. 그 때문에 인류역사는 원리적이고도 정상적인 역사로 출발할 수 없었고, 따라서 역사는 대립(對立)과 갈등(葛藤), 전쟁(戰爭)과 고통(苦痛), 슬픔과 참상(慘狀) 등으로 얽혀진 혼란의 역사로서 이어져 왔다. 이것이 역사가 죄악사(罪惡史)란 말의 뜻이다. 따라서 역사상에 제기된 여러 가지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은, 이러한 타락문제의 해결없이는 불가능하다.

 


  (2) 재창조(再創造)역사

 


다음은 인류역사가 재창조역사(再創造歷史)라고 하는데 대해서 살펴보자. 인류 시조의 타락으로 인류는 본연의 인간과 본연의 세계를 상실했다. 즉 본연의 인간은 영적(靈的)인 죽음의 상태에 떨어지게 되었고, 본연의 세계는 파괴된 상태가 되고 말았다. 그 때문에 하나님은 역사를 통하여 인간을 재창조하고 세계를 재건설하는 섭리를 하시게 되었다. 이러한 섭리의 역사가 재창조역사이다.

 


그러므로 처음에 인간과 우주를 창조하실 때에 적용(適用)되었던 법칙(法則)(창조의 법칙)과 말씀이 그대로 역사의 섭리에도 적용(適用)되었던 것이다. 하나님의 창조는 말씀(로고스)으로 시작되었으므로 재창조도 말씀에 의해서 행해지는 것이다. 그런데 재창조라 하여 우주를 다시 만든다는 뜻은 아니다. 타락은 인간만이 하였기 때문에 재창조는 인간만의 재창조이다. 즉 인간만을 말씀으로 재창조하면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하나님은 성인(聖人), 의인(義人), 예언자(豫言者) 등 정신적 지도자를 세운 후 그들을 통하여 사람들에게 진리(말씀)를 전해서 그들을 영적(靈的)으로 인도해 오셨다.

 


  (3) 복귀(復歸)역사

 


다음은 복귀역사(復歸歷史)에 관하여 살펴보자. 인간 시조의 타락으로 인하여 인간은 본연의 세계(에덴동산)에서 쫓겨났고, 본연의 인간상을 잃었으며, 非본연(本然)의 모습 또는 비원리적(非原理的)인 모습이 되어서 비원리적(非原理的)인 세계에서 방황하게 되었다. 따라서 본연의 세계와 본연의 인간상은 다시 회복해야 할 이상(理想)으로 남아지게 되었던 것이다.

 


한편, 하나님에게 있어서도 창조가 실패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서든지 비원리적인 세계와 인간을 본연의 상태로 복귀시키지 않으면 안되었다. 그 때문에 하나님은 인류역사의 시작과 동시에 죄악(罪惡)의 인간과 죄악(罪惡)의 세계를 본연의 상태로 복귀하는 섭리(復歸攝理)를 하시게 된 것이다. 인류역사가 복귀섭리역사라고 한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런데 하나님은 원리의 하나님이고, 인간의 타락은 인간이 일정한 조건(條件)을 지키지 않은데 있었으므로, 복귀섭리에는 일정한 법칙이 작용되게 된다. 이것이 복귀의 법칙이다.

 


  (4) 역사의 법칙성(法則性)

 


역사관을 세움에 있어서 역사 속에서 법칙을 발견한다는 것은 대단히 필요한 조건의 하나이다. 그런데 오늘날까지 역사의 법칙을 제시(提示)한 종교가나 학자는 거의 없었다. 예컨대 기독교의 섭리사관을 두고 볼 때, 설득력이 있는 법칙은 제시되지 못했다. 그 때문에 기독교의 사관(史觀)은 오늘날 과학(사회과학)으로서 인정받지 못하고 결국 학문분야에서 밀려나게 되었던 것이다.

 


근세에 이르러 헤겔은 역사의 설명에 변증법(辨證法; 觀念辨證法)을 적용하여, 인류역사는 절대정신(理性)이 변증법적으로 자기자신을 외부세계에 전개해 나온 변증법적 발전의 과정으로서, 최후에는 자유가 완전히 실현된 이성국가(國家)에 도달한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헤겔이 이상국가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던 프러시아는 자유가 실현되지 않은 채 역사와 더불어 흘러가 버렸다. 헤겔이 말한 역사법칙은 현실에서 유리(遊離)된 것이었다. 또 20세기에 들어와 토인비가 방대(尨大)한 문명사관(文明史觀)을 수립하여 문명의 발생(發生), 성장(成長), 붕괴(崩壞), 해체(解體)의 과정을 상세히 분석했지만 거기에서도 명확한 역사의 법칙은 제시되지 않았다. 그런데 마르크스의 유물사관은 역사의 법칙을 명시했으며, 그것을 과학적인 역사관이라고까지 자칭(自稱)해 왔던 것이다.

 


그런데 통일사관은 역사에 법칙이 작용해 왔음을 인정함은 물론, 그 법칙에 창조의 법칙과 복귀의 법칙의 두 가지 법칙이 있음을 밝히고 있다. 이 법칙이야말로 실제로 역사에 작용한 참된 법칙이다. 이와 같은 역사의 법칙이 제시됨으로써 유물사관의 허구성이 여실히 폭로되었던 것이다. 유물사관이 주장하는 법칙이란 실은 사이비(似而非) 법칙이며, 독단적(獨斷的)인 주장에 불과하다는 것이 명백히 밝혀졌기 때문이다. 통일사관은 신학적 입장이면서도 훌륭히 역사법칙을 정립하고 있으며, 그 때문에 오늘날까지 비과학적이라고 간주(看做)해 왔던 신학적 역사관도 이를 사회과학으로 다룰 수 있게 된 것이다.

 


  (5) 역사의 시원(始元)과 방향(方向)과 목표(目標)

 


역사가 언제 어떻게 해서 시작되었는가 하는 역사의 시원(始元)에 관해서, 통일사관은 인간의 창조와 타락을 그 시원으로 본다. 이것은 기독교의 섭리사관(攝理史觀)과 같은 입장이다. 또 인류의 시조(始祖)에 관하여 일원론(一元論)(monogenism)이냐 다원론(多元論; polygenism)이냐 하는 문제가 있으나, 통일사관은 인류의 시조가 아담과 해와 뿐이라고 하는 일원론(一元論)을 주장한다. 창조는 하나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것이 창조의 법칙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역사의 목표는 높은 차원에서의 창조이상세계로의 복귀(復歸)이며, 역사의 방향은 이 복귀의 방향이다. 따라서 역사의 목표와 방향은 결정적이다. 그러나 어떻게 해서 그 목표에 도달하는가는 결정되어 있지 않다. 하나님의 섭리하에서 인간이 -특히 섭리적인 중심인물(중심인물(中心人物))들이- 책임분담을 다 하게 될 때, 그때그때의 섭리의 뜻은 성공적으로 달성(達成)되게 된다. 따라서 역사가 흘러가는 과정이 직행(直行)이냐 우회냐, 단축이냐 연장이냐 하는 것은 전적으로 인간의 노력 여하에 달려 있다. 즉 역사의 과정은 비결정적이어서 인간의 자유의지에 맡겨져 있는 것이다. 특히 섭리적 인물들이 주어진 사명을 훌륭히 다 하느냐 못 하느냐에 달려 있는 것이다. 이것을 책임분담수행(責任分擔遂行) 또는 그냥 책임분담(責任分擔)이라고 한다.

 


이와 같이 역사의 목표는 결정적이지만 그 과정이 비결정적이라고 보는 입장, 즉 역사의 진행(進行)과정이 인간의 책임분담 혹은 자유의지에 달려 있다고 보는 견해를 책임분담론(責任分擔論; theory of responsibility, responsibilism)이라고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