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사상 - 제7장 예술론 (藝術論) - 9

2010. 1. 6. 16:24참사랑 영원까지/통일사상

八. 예술(藝術)과 윤리

 


최근(最近)에 이르러 예술의 저속화(低俗化)가 자주 지적된다. 이것은 예술과 윤리의 관계가 문제가 되고 있음을 뜻하는 것이다. 예술은 만물(萬物, 자연)주관(主管)의 한 형식이다. 본래 인간은 소생, 장성, 완성이라는 3단계의 성장과정을 거쳐서 완성한 후에 만물을 주관 하게 되어 있다. 완성이란 사랑의 완성, 인격(人格)의 완성을 뜻한다. 따라서 인간은 먼저 사랑의 인간, 즉 윤리人이 된 후 만물을 주관하게 되어 있었다. 이것은 예술가는 동시에 윤리人이 아니면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사랑과 미(美)의 관계에서 윤리와 예술의 관계를 도출해 낼 수 있다. 사랑은 주체가 대상에게 주는 정적(情的)인 힘이고, 미(美)는 주체가 대상으로부터 받는 정적(情的)인 자극이다. 따라서 사랑과 미(美)는 표리일체(表裏一體; 겉과 속이 일체가 되는 것)의 관계에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사랑을 취급하는 윤리와 미(美)를 취급하는 예술은 불가분(不可分)의 밀접한 관계에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참다운 미(美)는 참다운 사랑을 기초(基礎)로 하여 성립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그런데 오늘날까지 예술가들은 그와 같이 되지 못했다. 이것은 예술가들도 윤리성(倫理性)을 구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확고한 철학적(哲學的) 근거(根據)가 예술가들에게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예술가들 특히 문예작가(文藝作家)들은 사랑을 테마로 삼아 작품활동을 해왔으나, 대부분의 경우 그 사랑은 타락(墮落)한 세계의 비원리적인 사랑이었다.

 


예술지상주의자(藝術至上主義者)로 알려진 오스카 와일드(O. Wilde, 1854~1900)는 예술상(藝術上)의 탐미주의(耽美主義)를 주창하면서 동성애(同性愛)로 투옥되기도 하였으며, 실의(失意)와 궁핍(窮乏) 속에서 지내다가 일생을 마쳤다. 또 낭만주의(浪漫主義) 시인인 바이런(G. G. Byron, 1788~1824)도 방탕한 여성편력(女性遍歷)을 계속하면서 창작하고, 유랑(流浪) 생활을 하였다. 그들의 작품은 다름 아닌 그들의 타락한 사랑을 표현하거나 혹은 그 고뇌(苦惱)를 그린 것이다.

 


한편 참사랑을 표현한 작가도 있었다. 톨스토이(L. N. Tolstoi, 1828~1910)가 그러하다. 그는 러시아의 타락한 상류사회(上流社會)의 생활상을 폭로하면서 참사랑을 표현하기도 했다. 즉 그의 작풍(作風)은 한편에서는 현실을 묘사하는 리얼리즘이면서 다른 한편에서는 이상을 추구하는 이상주의(理想主義)이기도 하였다. 그러나 톨스토이와 같이 참사랑을 표현한 작품을 남기거나, 참다운 사랑을 추구하면서 창작활동(創作活動)을 하고 있는 예술가는 그리 흔치 않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