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사상 - 제7장 예술론 (藝術論) - 5

2010. 1. 6. 16:27참사랑 영원까지/통일사상

. 창작(創作)의 요건(要件)

 


예술에 있어서 창작활동(創作活動)의 측면을 이해하려면 창작의 요건(要件)을 바르게 파악할 필요가 있다. 창작에는 창작의 주체(作者)가 갖추어야 할 요건, 즉 주체의 요건과 대상(작품)이 구비해야 할 요건, 즉 대상의 요건이 있다. 그 외에 창작의 기교(技巧), 소재(素材), 양식(樣式) 등도 창작에 있어서의 주요한 요건이 된다. 먼저 주체의 요건을 알아보고자 한다.


  (1) 주체(主體)의 요건(要件)


주체의 요건으로서는 모티브, 주제(主題), 구상(構想), 대상의식(對象意識), 개성(個性) 등이 다루어지게 된다.


   1) 모티브, 주제(主題), 구상(構想)


예술작품의 창작에는 먼저 창작의 동기 즉, 모티브가 반드시 있어야 하며, 그 모티브에 따라서 일정한 작품을 만들고자 하는 창작목적이 세워진다. 다음에 그 목적에 따라서 주제(테마)가 세워지고 또 구상이 세워진다. 주제란 창작할 때에 다루어지는 중심적(中心的)인 과제를 말하며, 구상은 그 주제에 부합되도록 작품이 갖추게 되는 내용이나 형식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뜻한다.


예컨대 한 화가(畵家)가 가을 풍경을 보고 아름다움에 감동되어 그림을 그리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그때의 감동이 모티브이며, 그 동기에 의해서 가을의 경치를 그림으로 나타내겠다는 목적이 세워지며 그 목적을 터로 하고 주제(主題)가 세워진다. 예컨대 특히 단풍나무에서 받은 인상이 강해서 그것을 중심으로 가을을 표현하고자 한다면 가을의 단풍 따위의 주제가 결정될 것이다. 그리고 주제가 결정되면 산, 나무, 강, 하늘, 구름 등은 어떻게 배치하며 색은 어떻게 칠할까 하는 등 구체적인 구상이 세워지게 된다.


하나님에 있어서 피조세계의 창조도 예술가의 창작과 같이 표현할 수 있다. 즉 먼저 창조의 동기로서 모티브가 있게 된다. 그것이 사랑을 통하여 기뻐하고자 한다라는 정적(情的)인 충동 즉 하나님의 심정이다. 그리고 그 자신을 닮은 사랑의 대상으로서 만물을 창조하고자 하는 창조목적이 세워진다. 그리고 인간 아담과 해와라는 주제가 정해지고 그로부터 인간과 만물에 대한 구체적인 구상 즉 로고스가 세워진다라는 식으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이다.


하나님의 창조에 있어서, 하나님의 성상(性相) 내부에서는 심정을 터로 한 목적을 중심하고 내적성상(內的性相; 知情意)과 내적형상(內的形狀; 관념, 개념, 법칙 등)이 수수작용을 하여 구상(로고스)이 형성되는데, 이러한 사위기대(四位基臺)의 형성(形成)은 그대로 작가들의 창작의 경우에도 이루어진다.

 

즉 예술가는 모티브(목적)를 중심으로 하여 주제(主題)를 세우고 그 주제를 실현하는 방향으로 내적성상과 내적형상이 수수작용을 한다. 이것이 구상이다. 이것은 하나님의 창조에 있어서의 내적발전적사위기대(內的發展的四位基臺) 형성(形成)에 해당한다.


로댕(Rodin, 1840~1917)의 작품의 하나인 생각하는 사람은 단테(Dante, 1265~1321)의 신곡(神曲)중 지옥편(地獄篇)에 근거하여 구상된 것으로서 지옥(地獄)의 문(門) 상단 중앙에 앉아있는 시인(詩人)의 상(像)이다.

 

이것은 불안과 공포와 격앙 속에서 신음(呻吟)하는 지옥의 사람들을 바라보면서 명상(冥想)에 잠겨 있는 한 시인(詩人)의 모습으로서, 생각하는 사람을 만들 때의 로댕의 모티브는, 단테의 신곡(神曲)(地獄篇)을 읽고 지옥의 고통을 면하려면, 지상에서 인간은 누구나 선(善)한 생활을 해야 한다는 강한 충격이었음에 틀림없다. 그리고 주제는 생각하는 사람일 따름이며 웅크리고 앉아서 깊이 명상하고 있는 男子의 모습은 바로 그의 구상(構想)의 소산(所産)이다.


그런데 주제가 똑같은 생각하는 사람으로서, 한국의 신라시대 때의 작품으로 알려진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金銅彌勒菩薩半跏思惟像)이 있다. 이것은 로댕의 작품과는 전연 다른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미륵보살반가사유상(彌勒菩薩半跏思惟像)은 석존(釋尊)의 가장 우수한 제자였다는 미륵(彌勒)이 중생을 구하기 위하여, 다시 오시는 것을 기다리는 민중의 마음이 모티브가 되었으며, 그 입가에는 중생(衆生)의 구제(救濟)에 대한 자신감에 넘치는 듯한 미소(微笑)가 감돌고 있다.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의 경우는 지적(知的)인 고민(苦悶)의 면을 강하게 풍기고 있으나, 미륵보살(彌勒菩薩)의 경우는 정화된 정(情)이 중심이 됨으로써 대단히 고귀(高貴)하고 성스러운 상(像)으로 표현되었다. 동일(同一)한 주제하(主題下)의 이러한 양자의 차이는 동기와 구상의 내용이 다른데 기인(基因)한 것이다.


   2) 대상의식(對象意識)


창작(創作)이란, 예술가가 하나님이나 전체 앞에 대상의 입장에 서서 미(美)의 가치를 나타냄으로써 주체인 하나님이나 전체(인류, 국가, 민족)를 기쁘게 하는 활동이므로, 작가는 먼저 대상의식이 확립되지 않으면 안 된다. 그것은 최고의 주체인 하나님을 기쁘게 하고 하나님의 영광을 나타내는 자세가 대상의식의 극치(極致)이기 때문이다. 그 내용을 살펴보자.

 

첫째로, 인류역사를 통하여 슬퍼해 오신 하나님의 심정(心情)을 위로하는 자세를 가지지 않으면 안 된다. 하나님은 기쁨을 얻기 위하여 인간과 우주를 창조하시고 인간에게 창조성까지 주셨다. 따라서 인간의 본래의 존재목적은 무엇보다도 하나님을 기쁘게 해드려야 하며, 창조활동도 먼저 하나님을 기쁘게 하기 위하여 행해야 했다. 그런데 인간은 하나님으로부터 떠남으로써 하나님을 기쁘게 해드리고자 하는 의식(意識)을 잃어버렸다. 이 사실이 오늘날까지 하나님의 슬픔으로 남아져 온 것이다. 그러므로 예술가는 먼저 무엇보다도 하나님의 역사적인 슬픔을 위로해 드리는 입장에 서야 한다.

 

둘째로, 예술가는 하나님과 더불어 복귀의 길을 걸으신 예수님을 비롯한 수많은 성인이나 의인들을 위로하는 자세를 갖지 않으면 안 된다. 그들을 위로한다는 것은 그들과 더불어 괴로움과 슬픔을 같이 해온 하나님을 위로해 드리는 결과가 되기 때문이다.

 

셋째로, 예술가는 과거와 현재의 선(善)한 사람들, 의로운 사람들의 행위를 작품(作品)에 표현코자 하는 자세를 갖지 않으면 안 된다. 즉 예술가는 죄악세계(罪惡世界)의 사람들에 의해 박해(迫害)받아 왔고, 지금도 핍박받고 있는 그러한 사람들의 행위를 작품에 표현함으로써 하나님의 섭리(攝理)에 협조하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넷째로, 예술가는 다가올 이상세계(理想世界)의 도래를 사람들에게 알리지 않으면 안 된다. 따라서 예술가는 미래에 대한 희망과 확신을 가지고 작품활동을 해야 한다. 그러한 행위를 통하여 하나님의 영광(榮光)이 표현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다섯째로, 예술가는 자연의 미(美)와 신비(神秘)를 표현함으로써 창조주이신 하나님을 찬미하는 자세를 갖지 않으면 안 된다. 하나님은 인간의 기쁨 때문에 자연을 지으셨으나, 인간이 타락함으로써 미(美)를 통하여 기쁨을 얻는 부분이 적어져 버렸다. 그러므로 예술가는 하나님의 속성(屬性)의 표현인 자연에 대하여 외경(畏敬)의 심정을 지니면서 자연의 깊고도 오묘한 미(美)를 발견하여 하나님의 창조의 신비(神秘)를 찬미(讚美)하고 사람들을 기쁘게 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이다.

 

예술가가 이와 같은 대상의식을 가지고 창작에 전력을 투입(投入)할 때, 하나님으로부터의 은혜(恩惠)와 영계(靈界)로부터의 협조를 받을 수 있다. 따라서 거기에 참된 예술작품이 생겨나게 되며, 그렇게 될 때 그 작품(作品)은 예술가와 하나님과의 공동작품(共同作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르네상스시대(時代)의 예술가들 중에는 그와 같은 대상의식을 가지고 창작활동을 한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예컨대 레오나르도 다 빈치(Leonardo da Vinci, 1452~1519), 라파엘로(Raffaello, 1483~1520), 미켈란젤로(Michelangelo, 1475~1564) 등이 그러했다. 고전주의음악(古典主義音樂)의 완성자 베토벤(L. Beethoven, 1770~1827)도 그와 같은 대상의식을 가지고 작곡(作曲)을 했다.13) 그래서 그들의 작품은 불후(不朽)의 명작이 된 것이다.

 

   3) 개성(個性)

 

인간은 하나님의 개별상(個別相)의 하나 하나를 닮도록 지어진 개성체(個性體)이다. 따라서 창작에 있어서도 예술가의 개성이 작품을 통하여 표현되어야 한다. 창작은 작가의 개성-신래성(神來性)의 개별상(個別相)-의 예술적 표현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예술가는 개성을 발휘함으로써 하나님을 기쁘게 하고 사람을 기쁘게 한다. 실제로 위대한 예술작품에는 작가의 개성이 충분히 드러나 있다. 그러므로 작품에는 베토벤의 전원교향곡(田園交響曲)이라든가 슈베르트의 미완성교향곡(未完成交響曲)과 같이 작가의 이름이 붙게 된다.


  (2) 대상(對象)의 요건(要件)


작가의 모티브(목적), 주제(主題), 구상(構想) 등의 성상적조건이 작품 속에 잘 반영되어야 하는 것이 대상인 작품이 갖추어야 할 요건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 성상적조건을 나타내는데 가장 적합한 재료를 사용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 재료를 사용하여 창작할 때 작품에서의 물질적요건(物理的要件; 構成要素)이 최고의 조화를 나타내게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것이 형상적조건(形狀的條件)이다.

 

예술작품 속에서 물리적요소(構成要素)가 잘 조화되어야 한다는 말은 전술(前述)한 바와 같이 많은 예술가나 미학자(美學者)들이 공통적으로 주장했다. 즉 물리적요소의 조화란 선(線)의 율동(律動), 형태(形態)의 집합의 조화, 공간의 조화, 명암의 조화, 색채의 조화, 음률의 조화, 회화에서의 양감(量感)의 조화, 선분분할(線分分割)의 조화, 무용에서의 동작의 조화 등을 말한다.

 

예를 들면 선분분할(線分分割)의 조화에는 옛부터 알려져 있는 황금분할(黃金分割)이 있다. 그것은 주어진 선(線)에 있어서 선분(線分)의 단변(短邊)과 장변(長邊)의 비(比)가 장변(長邊)과 전체의 비(比)에 동등하게 되도록 자르는 것이며, 대개 5대8의 비율로 나누는 것이다.

 

이 비율을 사용하면 형태적(形態的)으로 안정감을 주어 미(美)를 느끼게 된다. 회화에 있어서 지평선(地平線)의 상하공간(上下空間)의 관계, 전경과 배경의 관계를 그와 같은 비율로 한다면 조화가 이루어지게 되며, 피라밋이나 고딕사원(寺院)의 첨탑에 있어서도 이러한 분할방식(分割方式)이 적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