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곡리유적의 지질사적 배경과 유적 형성의 전조

2012. 1. 15. 12:41삶이 깃든 이야기/문화유산

전곡리유적의 형성과정과 관련된 지질사적 배경에 대한 문제는 전곡리에 사람들이 살면서 주먹도끼를 만들던 시절의 환경을 복원한다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이슈입니다. 또한 이는 전곡리유적의 연대 문제와 매우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그간 많은 논의들이 이루어졌습니다. 따라서 이번에는 전곡리유적의 지질사적 배경과 연대 문제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합니다.

전곡리유적의 지질사적 배경은 추가령구조곡이라는 한반도 중심부에 위치한 지질대에 대한 이야기에서 시작해야 할 것입니다. 구대륙의 동북쪽 끝에 위치한 한반도는 구대륙 중심부에서 뻗어 나온 선캠브리안기의 화강편마암이 지질기저를 이루고 있습니다. 특히 경기지역은 경기변성암복합체로 일컬어지는 편암암 복상구조가 폭넓게 분포하고 있는데, 추가령 구조곡의 중심부를 이루고 있는 연천지역은 연천계로 칭해지는 경기변성암복합체 중 가장 오래된 화강편마암이 분포하고 있습니다. 중생대의 쥬라기기에 들어 한반도 중부지역은 대단위 지질운동의 결과 동북에서 서남방향으로 길게 단층운동이 발생하게 되는데, 현재 연천 지역의 지질도를 살펴보면 최소 3차례 이상의 복합적인 단층운동이 관찰된다고 합니다. 단층선의 벌어진 틈을 지표면 아래에서 스며든 맨틀의 화강암이 관입하여 채우게 되었는데, 오늘날 추가령구조곡의 열곡선을 따라 화강암이 광범위하게 분포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화강암은 기반암인 화강편마암에 비해 비교적 무른 암석으로 풍화에 취약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로 인해 바람과 물에 의해 관입된 화강암이 먼저 침식을 받게 되는데(이를 차별침식이라고 합니다), 그 결과 원산에서 서울 방향으로 길고 비교적 편평한 골짜기가 형성되었습니다. 이와 더불어 단층선의 취약한 부위를 뚫고 화산이 폭발하기도 하였는데, 분화구의 중심을 이루는 지장봉은 거대한 화산재와 암괴가 뭉쳐서 생성된 각력응회암으로 뒤덮힌 높은 봉우리로 우뚝 솟아 올랐으며 화산활동의 영향은 추가령구조곡의 골짜기에도 영향을 미쳐 장탄리~신탑리 일대에서 응회암류의 화산암들이 관찰됩니다. 아직 정확한 원인에 대해서는 알려진바가 없으나 장탄리 한탄강변의 자살바위 기원에 대해서도 열곡선의 취약한 부위를 뚫고 나온 옹암이 분출하던 암경이 굳어 생성된 응회암 선봉으로 보는 의견이 개진되기도 하였으니 당시의 급변적이었던 지질운동을 알 수 있습니다. 추가령구조곡은 이처럼 단층운동, 화강암관입, 차별침식, 화산활동 등 매우 복잡한 지구 구조운동으로 형성되었기 때문에 과거 단층운동에 주목하여 추가령 열곡, 추가령 지구대라는 용어 대신하여 현재는 추가령 구조곡이라는 용어가 주로 채택되어 사용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복잡한 지질사적 배경은 한탄강의 협곡을 따라 노출된 각 종 암괴의 노두들이 상호 부정합(서로 다른 지질사적 배경을 가지는 암석들이 서로 포개져 있는 현상)하고 있는 모습이 곳곳에서 관찰되기 때문에 지구의 역사와 한반도의 지질사를 연구하고 교육하는데 매우 중요한 장소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추후 기회가 되면 함께 현장답사해보면 매우 유익할 것으로 사료됩니다.)

추가령 구조곡은 홍적세(제4기) 중기무렵 발생한 격변적인 화산활동의 결과와 결부되어 한반도 신생대 지질사적 이해와 한반도 고인류(구석기시대)연구에 있어 매우 중요한 지점으로 재탄생하게 되었습니다. 이 때 발생한 화산활동은 이 일대의 경관과 지형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는데, 평강 오리산에서 분출한 용암은 고한탄강을 메우면서 철원과 연천 지역을 거대한 현무암 지대로 변모시켰습니다. 용암은 고한탄강 물줄기를 따라 서남방향으로 흘러 내렸는데, 엄청난 양의 용암이 단층선의 취약한 부분을 뚫고 열하분출하였기 때문에 한탄강 계곡은 샘솟는 용암의 양을 다 수용하지 못하고 계곡 상부로 넓게 퍼져 나갔습니다. 이 과정에서 추가령구조곡의 협곡 지역은 비교적 편평한 용암 대지(분류한 용암의 양을 강이 다 수용하지 못하고 강을 넘어 주변지역으로 확산되면서 강과 그 주변 일대가 넓고 편평하게 형성된 땅)로 재탄생하였으며 낮은 야산들은 용암에 뭍히기도 하였습니다. 간혹 용암에 완전히 묻히지 않고 산의 정상부만이 삼각뿔처럼 용암 대지 위에 뾰족하게 올라와 있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스텝토우라고 하며 신답리에 가면 스텝토우 지형들이 관찰됩니다. 엄청난 마그마가 분출되었기 때문에 좁은 협곡을 타고 흐르는 한탄강이 모든 용암을 다 수용할 수 없어 일부 용암은 한탄강으로 흘러드는 지류천을 역류하여 거슬러 올라가기도 하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지류천과 한탄강이 만나는 곳은 용암으로 인해 거대한 댐이 만들어졌으며 지류천을 따라 흘러 내려오던 물들이 한탄강으로 진출하지 못하게 되자 마치 오늘날 댐 상류에 거대한 호수가 형성되듯이 영평천 일대와 차탄천 일대(연천읍 차탄리 일대)는 거대한 호수로 바뀌었습니다. 한탄강 상류에서 끊임없이 유입되는 용암이 용암댐을 넘어 이 호수로 유입되면서 이 용암매체는 호수 속으로 돌돌말리며 빠르게 식게 되었는데 신답리 아우라지, 동이리 도감포 등지에서 관찰되는 배개용암은 이런 과정에서 탄생한 것입니다.

홍적세 중기(혹은 후기) 무렵 발생한 대규모 화산 활동은 전곡리유적과 이 일대 구석기 유적이 형성되는 전조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구석기 유적의 등장은 격변적인 화산활동이 종료되고 현무암 대지 상부에 새로운 환경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발생한 사건입니다. 따라서 현무암 대지위에 새로운 강물이 흐르고 현무암 대 위에 두터운 퇴적층이 쌓이는 과정이 곧 전곡리를 위시한 임진-한탄강 유역의 구석기유적 형성과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과정들에 대한 설명은 전곡리유적을 둘러싼 각종 논쟁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을 이루고 있으며 우리가 이 유적을 통해 알고 싶어하는 전곡리 구석기시대 사람들의 모습을 간접적으로 들여다 볼 수 있게 해주는 것입니다.

글이 너무 길어져서 이 부분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 글로 미루도록 하겠습니다.

항상 쉽게 쓰려고 하는데, 생각보다 쉽지가 않네요. 언제든지 궁금하신 점이나 미흡한 점 있으면 지적해 주시기 바랍니다

 

글: 강상식 학예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