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장 인식론 (認識論) - 3

2010. 1. 6. 16:11참사랑 영원까지/통일사상

. 통일인식론


이상(以上)에서 종래 인식론의 개요(槪要)를 살펴 보았는데, 다음은 통일사상에 의한 인식론 즉 통일인식론에 대해서 설명하고자 한다. 통일인식론은 통일원리중 인식에 관련된 개념과 문선명 선생(文鮮明 先生)의 설교, 강연중에서 이에 관련된 내용 및 저자의 질문에 대한 문선생님의 답변 등을 근거로 하여 세운 인식에 관한 이론체계(理論體系)'28)이며 문선생님의 지도하에 이루어진 것이다.


1. 통일인식론(통일인식론)의 개요(槪要)


통일인식론은 종래의 인식론에 대한 대안으로서의 성격(性格)도 가지고 있다. 그리하여 종래의 인식론이 다룬 문제, 예컨대 인식의 기원, 인식의 대상, 인식의 방법 등을 다루면서 통일인식론을 소개하고자 한다.


(1) 인식(認識)의 기원(起源)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17세기에서 18세기까지, 인식의 기원이 경험에 있다고 보는 경험론과 이성에 있다고 보는 이성론(合理論)이 형성되었으나, 경험론은 흄에 이르러 회의론(懷疑論)에 빠졌고, 합리론은 볼프에 이르러 독단론에 빠지게 되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칸트는 선험적방법(先驗的方法)에 의해 경험론과 합리론의 통일을 기도하였다. 그러나 칸트는 물자체(物自體)를 불가지(不可知, 알 수 없는)의 세계에 남겨놓고 말았다. 이에 대하여 통일인식론의 입장을 소개하고자 한다.


오늘날까지의 인식론은 인식의 주체(人間)와 인식의 대상(萬物)의 관계가 명확하지 않았다. 그리고 인간과 만물의 관계를 명확히 몰랐기 때문에, 이성론과 같이 인식의 주체에 중점을 두고 이성(또는 悟性)이 추론하는 대로 인식이 이루어진다고 주장하거나, 경험론과 같이 대상에 중점을 두고 감각을 통하여 대상을 그대로 파악함으로써 인식이 이루어진다고 하였던 것이다.


칸트는 대상으로부터 오는 감각적요소와 주체가 갖고 있는 사유형식이 구상력에 의하여 종합?통일되어 인식의 대상이 구성(構成)됨으로써 인식이 성립한다고 보았다. 이것은 주체(인간)가 지닌 요소와 대상(만물)이 지닌 요소와의 종합에 의해 인식이 이루어짐을 뜻한다. 그러나 그는 양자(주체와 대상)의 필연적인 관계를 몰랐기 때문에, 주체의 카테고리라고 하는 테두리 내에서밖에 인식할 수 없다는 논리(論理)가 되어서 결국 물자체는 불가지(不可知)가 되고 말았던 것이다.


헤겔은 절대정신의 자기전개에 있어서, 이념이 자기를 외부에 소외(疎外)시켜서 자연(自然)이 되었다가 나중에 인간의 정신을 통하여 본래의 자기(自己)를 회복한다고 하였다. 그런데 여기에서 자연은 인간의 정신이 발생하기까지의 하나의 과정적(過程的) 존재(存在)에 불과하며, 항구적(恒久的)인 존재로서의 적극적인 의미를 지닐 수 없게 되어 있다. 그리고 마르크스주의에 있어서는, 인간과 자연은 서로 대립(對立)하는 우연적인 관계에 놓이게 되어 있다.


이렇게 볼 때, 인식의 주체(인간)와 인식의 대상(만물)의 관계를 어떻게 해야 올바르게 파악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 문제가 된다. 무신론(無神論)의 입장에서 볼 때, 인간과 만물과의 사이에는 필연적인 관계가 성립되지 않는다. 또 우주는 저절로 생겨났다고 하는 우주생성설(宇宙生成說)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인간과 만물은 서로 우연적인 존재일 수밖에 없다. 하나님에 의해서 인간과 만물이 창조되었다는 사실이 명백해질 때 비로소 인간과 만물은 필연적인 관계가 확인(確認)되게 된다.


통일사상에서 볼 때 인간과 만물은 모두 피조물(被造物)로서 주체와 대상의 관계에 있다. 즉 인간은 만물의 주관주(主管主), 즉 주관의 주체이며, 만물은 인간에 대하여 기쁨의 대상이요 미(美)의 대상이며, 따라서 주관의 대상이다. 주체와 대상은 불가분(不可分)의 관계에 있다. 예를 들면, 기계에 있어서의 원동기(原動機)와 작업기(作業機)의 관계와 같다. 원동기가 없는 작업기는 있을 필요가 없고, 또 작업기가 없는 원동기도 있을 수 없다. 양자는 주체와 대상이라는 필연적인 관계를 맺도록 제작되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인간과 만물도 주체와 대상이라는 필연적인 관계를 맺도록 창조된 것이다.


인식이란, 인간주체가 기쁨의 대상이요, 미(美)의 대상이요, 주관(主管)의 대상인 만물을 판단하는 행위이다. 그 때 인식 즉 판단에는 `경험(經驗)'이 수반되는 동시에, 판단 그 자체는 `이성'의 작용에 의해 이루어진다. 따라서 인식에는 경험(經驗)과 이성이 동시에 필요하다. 이와 같이 통일인식론에 있어서 경험(經驗)과 이성은 양자가 다같이 필수적인 것이며, 양자가 통일됨으로써 인식이 성립한다고 보는 것이다. 그리고 인간과 만물은 주체와 대상의 관계에 있으므로, 인간은 만물을 완전히 또 정확히 인식할 수 있는 것이다.


(2) 인식(認識)의 대상(對象)


통일사상은 우선 인간의 외부에 만물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 즉 실재론을 인정한다. 인간은 만물에 대하여 주체이므로, 만물을 주관하고(栽培-育成하거나, 취급 가공 이용하거나 하는 것 등) 만물을 인식한다. 그것을 위하여 만물은 인식의 대상으로서, 또 주관의 대상으로서, 인간과 독립하여 인간의 외부에 존재하지 않으면 안 된다. 통일인식론은 또, 인간은 만물의 총합실체상으로서 우주의 축소체 즉 소우주이기 때문에, 인간은 만물의 구조(構造), 요소(要素), 소성(素性)을 모두 갖추고 있다고 본다. 다시 말하면 인간의 몸을 표본으로 하여 상징적(象徵的)으로 인간과 비슷하게 창조된 것이 만물이다. 따라서 인간의 몸과 만물은 상사성(相似性, 서로 닮음))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인간에 있어서 몸은 마음을 닮도록 지어진 것이다.


인식은 반드시 판단을 동반하는데, 판단이란 일종의 측정작용(測定作用)이라고 볼 수 있다. 측정에는 기준(척도)이 필요한 바, 인식에 있어서 기준이 되는 것은 인간의 마음속에 있는 관념(觀念)이며, 그것을 `원형(原型)'이라고 한다. 원형(原型)은 마음속에 있는 영상(映像)이며, 내적인 대상이다. 이 마음속의 영상(映像)(내적영상(映像))과 외계의 대상에서 오는 영상(외적영상(映像))이 조합(照合)됨으로써 인식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오늘날까지 실재론은 인간속에 있는 선재성(先在性)의 관념(觀念)을 무시하고 외계의 존재만을 주장했다. 반영론을 주장한 마르크스주의가 그 대표이다. 또 그와 반대로 인간의 의식에 나타나는 관념만이 인식의 대상이 된다고 하는 주장이, 버클리에 의해 대표되는 주관적관념론(主觀的觀念論)이다. 그런데 통일인식론에 있어서는 이 실재론과 관념론(觀念論, (주관적관념론))이 통일되고 있는 것이다.


(3) 인식(認識)의 방법(方法)


통일인식론의 방법은 칸트의 선험적방법(先驗的方法)이나 마르크스의 변증법적방법과는 다르다. 수수법(授受法), 즉 주체와 대상의 수수작용의 원리가 통일인식론의 방법이다. 따라서 방법에서 볼 때 통일인식론은 수수법적인식론(授受法的認識論)이 되는 것이다. 인식은 주체(主體)(인간)와 대상(만물)의 수수작용에 의해서 이루어지는데, 그 주체와 대상에는 각각 지니지 않으면 안되는 조건이 있다. 마치 예술의 감상에 있어서 주체(主體)와 대상(對象)이 각각 갖추어야 할 조건이 있었던 것과 같다. 작품을 감상할 때 주체가 갖추어야 할 조건은 대상에의 관심(關心)과 가치추구욕 및 주관적요소 등이며, 대상이 갖추어야 할 조건(條件)은 창조목적과 상대적요소의 조화(調和)였다. 그와 마찬가지로 인식(認識)에 있어서도 주체와 대상에 조건이 필요하다. 주체적 조건은 주체가 원형(原型)과 관심(關心)을 갖는 것이며, 대상적 조건은 대상이 속성(屬性)(내용)과 형식을 구비하는 것이다. 그런데 수수작용에는 존재의 2단구조(構造)의 원칙에 따라 내적수수작용(내적사위기대(四位基臺))과 외적수수작용(外的四位基臺)이 있다.


인식은 먼저 외적수수작용이 행해지고 이어서 내적수수작용이 행해짐으로써 성립된다. 이와 같이 수수작용에 의해서 인식이 이루어진다는 이론을 수수법적(授受法的) 인식론이라고 한다. 즉 관심을 가진 주체(인간)와 대상적 조건을 구비한 만물과의 사이에 수수작용이 행해진다. 이 때 먼저 감성적 단계의 마음(감성(感性))에 대상의 속성(내용)과 형식(存在形式)이 반영되어서, 영상(映像)으로서의 내용(감성적(感性的)내용)과 형식(감성적(感性的)형식(形式))이 형성된다. 이것을 외적영상(外的映像)이라고 한다. 외적수수작용(또는 외적사위기대(四位基臺))에서 나타나는 영상(映像)이기 때문이다. 이 내용 및 형식(외적영상(映像))과, 주체가 전부터 가지고 있던 원형(原型)(내용과 形式: 내적映像)과의 사이에 또 수수작용(대비형의 수수작용)이 벌어진다. 이것이 내적수수작용(또는 내적四位基臺 形成)이다. 이 수수작용에 의해서 비로소 인식이 성립된다.


여기서 통일인식론의 방법(方法)과 칸트의 선험적방법(先驗的方法) 및 마르크스주의의 변증법적 방법과의 차이에 대하여 언급하기로 한다. 칸트에 있어서의 내용(感性的내용)은 外界(대상)에서 수용된 것이며, 형식 즉 직관형식(直觀形式)과 사유형식(思惟形式)은 주체가 지닌 선험적(先驗的)이며 주관적(主觀的)인 요소이다. 따라서 내용은 대상에 속하고 형식은 주체에 속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칸트는 물자체(物自體)를 불가지(不可知, 알 수 없는)의 세계로 넘겨버렸기 때문에, 그의 감성적 내용은 실체(實體)가 없는 내용, 즉 주체(주관)에만 속하는 내용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래서 결국 칸트에 있어서는 내용도 형식도 모두 주체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칸트가 관념론자(觀念論者)라고 자주 불려지는 것은 그 때문이다. 그러나 수수법적(授受法的) 방법에 있어서는 내용과 형식(形式)이 주체에도, 대상에도 속해 있다. 즉 주체도 내용과 형식을 구비하고 있고, 대상도 내용과 형식을 구비하고 있다.


그리고 마르크스주의의 변증법적(辨證法的) 방법에 있어서는 내용과 형식이 모두 객관적(客觀的) 실재(實在)인 대상에만 속해 있고, 주체의 의식은 단지 그것을 반영(反映)할 뿐이다. 이렇게 볼 때, 통일사상의 수수법적(授受法的) 방법(方法)은 선험적(先驗的) 방법과 변증법적(辨證法的) 방법을 함께 구비하는 입장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즉 통일인식론에 있어서 외적수수작용에 반영론적요소가 포함되어 있고, 내적수수작용에 선험적요소가 포함되어 있다. 따라서 통일인식론에 있어서 변증법적방법(反映論)과 선험적방법이 통일되어 있는 것이다.


2. 인식(認識)에 있어서의 내용과 형식(形式)


일반적으로 내용과 형식을 말할 때, 사물속에 있는 것을 내용이라고 하고, 외부에 나타난 모양을 형식(形式)이라고 하지만, 인식론에서 다루는 내용이란 사물의 속성(屬性)을 말하고, 형식이란 그 속성이 규제(規制)되어서 나타나는 일정한 틀을 말한다(즉 속성이 일정(一定)한 틀을 통해서 나타날 때 그 틀을 형식(形式)이라고 한다).


(1) 대상(對象)의 내용과 주체의 내용


인식의 대상은 만물 또는 사물이므로, 대상의 내용이란, 만물(事物)이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속성 즉 형태, 중량, 길이, 운동, 빛깔, 소리, 냄새, 맛 등을 말한다. 따라서 대상의 내용은 물질적 내용 즉 형상적인 내용이다. 한편 인식의 주체는 인간이기 때문에 주체의 내용이란, 인간이 가지고 있는 여러 속성을 말하는데, 그 속성도 만물(事物)의 속성과 같이 형태, 중량, 길이, 운동, 빛깔, 소리, 냄새, 맛 등의 물질적 내용인 것이다.


보통 인간의 속성(屬性)이라고 하면 이성, 자유, 영성(靈性) 등을 말하는 경우가 많으나 인식론에서는 내용의 상사성(相似性, 서로 닮음)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대상(만물)과 동일한 속성을 다룬다. 인간은 우주의 축소체(小宇宙)이며 만물의 총합실체상이므로, 인간은 만물이 가지고 있는 구조(構造), 요소(要素), 소성(素性) 등을 모두 통일적(축소적)으로 구비하고 있다. 즉 인간은 만물이 가지고 있는 속성과 동일한 속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주체(인간)와 대상(만물)이 같은 속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만으로는 인식에 있어서의 수수작용은 성립(成立)되지 않는다. 인식은 일종의 사유현상(思惟現象)이기 때문에, 내용은 주체의 마음에도 구비되어 있지 않으면 안 된다. 주체의 마음속에 있는 이 내용이 원형(原型)이다. 정확히 말하면, 이것은 원형속의 내용 부분으로서, 원의식(原意識, 생명체가 가지는 潛在意識... ... 후술) 속에 나타나는 원영상(原映像)을 말한다. 이 원영상은 인간의 몸의 속성에 대응하는 심적영상(心的映像)으로서, 이것은 외계의 만물의 속성(물질적 내용)에 대응하고 있다. 따라서 이 심적영상(心的映像) 즉 원영상(原映像)은 물질적 내용에 대응하는 心的내용 즉 성상적(性相的) 내용이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이 인간의 몸의 속성은 만물의 속성(물질적 내용)에 대응하고 인간의 심적영상(心的映像, 原映像)은 인간의 몸의 속성에 대응한다. 따라서 결국 인간의 심적영상(心的映像)은 만물의 속성에 대응한다는 결론이 된다. 그러므로 인식에 있어서 주체(인간)의 心的내용 즉 원영상(原映像)과, 대상(만물)의 물질적 내용(감성적 내용)이 서로 대응하게 되어, 주체와 대상사이에 수수작용(授受作用)이 벌어져서 이때 인식이 이루어진다.


(2) 대상(對象)의 형식(形式)과 주체(主體)의 형식(形式)


인식의 대상인 만물(사물)의 속성은 반드시 일정한 틀(framework)을 가지고 나타난다. 이 일정한 틀이 존재형식(存在形式)이다. 존재형식은 사물의 속성의 관계형식이기도 하다. 이 존재형식 또는 관계형식이 인식에 있어서의 대상의 형식이 되는 것이다. 인간의 몸은 우주의 축소체(縮小體, 소우주)이며 만물의 총합실체상이므로, 인간의 몸은 만물이 지니고 있는 존재형식과 같은 존재형식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인식에 있어서의 형식은 마음속의 형식, 즉 사유형식이 아니면 안 된다. 이것은 몸의 존재형식이 원의식(原意識)속에 반영된 것, 즉 형식상(形式像; 또는 관계상)이며, 원형의 일부를 이루고 있다.


(3) 원형(原型)의 구성요소(構成要素)


인식에 있어서 판단의 기준(尺度)이 되는 주체속의 심적영상(心的映像)을 원형(原型)이라고 하며, 원형(原型)은 다음과 같은 요소로 구성되어 있다. 우선 첫째로, 원영상(原映像)이다. 이것은 인체의 구성요소인 세포나 조직의 속성이 원의식에 반영된 영상이다. 즉 원의식(原意識)이라는 거울에 비춰진 세포나 조직의 속성의 영상이 원영상인 것이다.


원형(原型)을 구성하는 둘째 요소는 관계상 즉 사유형식(思惟形式)이다. 원의식(原意識)에는 인체의 세포나 조직의 속성 뿐만 아니라 속성의 존재형식(存在形式, (關係形式)도 원의식(原意識)에 반영되어서 영상을 이루고 있다. 이것이 관계상(關係像)으로서, 이 관계상이 현재의식의 사고작용에 일정한 제약을 주는 사유형식이 되고 있다. 이상의 원영상(原映像)과 관계상(關係像, 사유형식)은 경험과는 관계가 없는 관념(觀念) 즉 선천적(先天的)인 관념으로서, 원형에는 그 외에 과거 및 인식(認識)의 직전(直前)까지 경험에 의해 부가(附加)되는 후천적(後天的)인 관념(觀念)도 있다. 즉 인식에 앞서서 그때까지의 경험에 의해서 얻어진 관념(觀念; 경험적관념(經驗的觀念)은 그 후의 인식에 있어서 원형의 일부를 이루고 있다. 따라서 우리들은 한번 경험한 사물과 동일한 사물을 대하였을 때, 쉽게 그것을 판단할 수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원형(原型)은 원영상(原映像), 관계상(關係像, 思惟形式), 경험적관념(經驗的觀念)의 세 가지 요소로 구성되어 있다.


이상에서 말한 바와 같이 원형(原型)은 경험에 앞서는 선천적(先天的)인 요소와 경험을 통하여 얻어진 요소, 즉 경험적요소로 되어 있다. 선천적요소(先天的要素)란 본래의 의미의 원형(原型)을 말하며, 원의식(原意識)에 나타난 원영상(原映像)과 관계상(關係像)을 말한다. 이것은 경험(經驗)과는 관계없는 선천적(先天的)인 원형이다. 이것을 원초적(原初的) 원형(原型)이라고도 말한다. 그리고 경험적요소(經驗的要素)란 일상생활의 체험에 있어서 마음속에 영상으로 나타나는 경험적(經驗的) 관념(觀念)을 말하며, 일단 나타나면 그 이후 원형의 일부가 되는 것이다. 이것을 경험(經驗的) 원형(原型)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선천적(先天的) 원형(原型)과 경험적(經驗的) 원형(原型)이 결합된 원형을 복합원형(複合原型)이라고 한다. 일상생활에 있어서의 원형은 모두 복합원형(複合原型)인 것이다.


(4) 원형(原型)의 선재성(先在性)과 그 발달


위에서 말한 바와 같이 원형에는 선천적(先天的)인 요소(要素)와 경험적(經驗的)인 요소(要素)가 있기 때문에 어떤 순간의 판단은 그 이전에 형성된 원형(複合原型)이 그 판단의 기준(척도)이 된다. 이와 같이 인식에 있어서 그 인식의 판단기준(原型)은 반드시 미리 갖춰져 있게 마련이다. 이 사실을 원형(原型)의 선재성(先在性)(priority)이라고 한다. 칸트는 인식의 주체가 가지는 형식을 선천적(先天的; a priori)이라고 주장했는데, 통일인식론에서는 주체가 지니는 원형의 선재성(先在性)을 주장한다.


그런데 인간이 출생하면서 가지고 있던 원형(原映像, 關係像)은 출생 직후의 유아의 경우 세포, 조직, 기관, 신경, 감각기관, 뇌 등의 미발달 때문에 아직 불완전하다. 따라서 인식은 불분명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유아(幼兒)가 성장함에 따라 신체(身體)의 발달과 더불어 원영상이나 관계상은 점차로 명료해진다. 여기에 경험에 의해서 얻어진 새로운 관념이 계속 첨가된다. 이리하여 원형은 질적(質的)으로나 양적(量的)으로 발달한다. 이것은 곧 기억량의 증대 또는 새로운 지식(知識)의 증대를 의미하는 동시에 경험적 원형의 발달, 더 나아가서 복합원형(複合原型)의 발달을 의미한다.


3. 원의식(原意識), 원의식상(原意識像) 및 범주(範疇)


(1) 원의식(原意識)


원리강론(原理講論)에는 피조물은 원리 자체의 주관성 또는 자율성에 의해 성장한다'29)라고 되어 있다. 여기의 주관성이나 자율성은 생명력(生命力)의 특징을 말한다. 생명이란, 생물체의 세포나 조직에 들어있는 잠재의식을 말하며, 잠재하고 있는 감지력(感知力), 각지력(覺知力), 합목적적(合目的的)인 능력이다. 다시 말하면 생명이란, 감지성, 각지성, 합목적성을 지닌 잠재의식이다. 여기서 감지성이란 사물에 관한 정보를 직관적으로 알 수 있는 능력을 말하며, 각지성은 알고 있는 상태를 지속하는 능력을 말하며, 합목적성은 일정한 목적을 지니면서 그 목적을 실현하고자 하는 의지력(意志力)을 말한다. 원의식(原意識)이란, 근본이 되는 의식이라는 뜻으로서, 그것은 세포나 조직속에 들어 있는 생명(宇宙意識)을 말한다. 마음의 기능이라는 점에서 볼 때 원의식(原意識)은 저차원의 마음이다. 따라서 그것은 세포속에 들어간 저차원의 우주심 또는 저(低)차원의 하나님의 마음이라고 할 수 있다.


원의식(原意識)은 동시에 또 생명이다. 우주의식이 세포나 조직에 들어가서 개별화된 것이 원의식이며, 생명이다. 즉 세포나 조직속에 들어온 우주의식이다. 마치 전파가 라디오에 들어가 음성을 내고 있는 것처럼, 우주의식이 세포나 조직속에 들어가서 그것들을 살아가게 하는 것이다.31) 결국 원의식이란 생명이며, 그것은 감지성(感知性), 각지성(覺知性), 합목적성(合目的性)을 가진 잠재의식이다. 통일사상에 의하면, 하나님은 로고스로써 우주를 창조하실 때, 생물의 각 개체의 계대(繼代)를 위해서, 즉 번식에 의한 종족보존(種族保存)을 위해서 그 개체에 고유한 모든 情報(즉 로고스)를 물질적 형태의 기록(암호)으로 세포속에 봉인(封入)해 두었다고 본다. 그 암호가 바로 DNA(디옥시리보핵산(核酸))의 유전정보로서, 아데닌(adenine), 구아닌(guanine), 티민(thymine), 사이토신(cytosine)이라는 4종류의 염기(鹽基)의 일정한 배열인 것이다.


창세기 2장 7절에는 여호와 하나님이 흙으로 사람을 지으시고, 생기를 그 코에 불어넣으시니, 사람이 생령이 된지라라고 되어 있다. 만물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하나님은 흙으로 세포를 만들고 생명을 불어넣으시니 세포는 산 세포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세포에 취입(吹入)된 우주의식이 원의식이며 생명이다. 우주의식이 세포, 조직에 취입(吹入)됨으로써 생물체는 살아있는 개체가 된 것이다.


(2) 원의식(原意識)의 기능(機能)


다음은 원의식의 기능에 대해서 설명하고자 한다. 원의식(原意識)의 기능은 다양하다. 즉 유전정보(暗號)의 해독(解讀)과 정보의 지시사항(指示事項)의 수행(遂行), 그리고 정보의 전달 등이 그 대표적인 것이다. 이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우주의식이 먼저 세포에 스며들어 가서 원의식(原意識)이 되면 먼저 거기에 들어 있는 DNA의 유전정보를 해독한다. 그리고 원의식은 그 정보의 지시(指示)에 따라 세포나 조직을 활동시킨다. 그리고 또 생체(生體)의 성장에 따라 세포조직의 증대, 신기관(新器官)의 형성과 성장, 각 세포간 및 조직간의 상호관계의 형성 등을 실현하는 기능을 발휘한다.


한편 필요에 따라서 각 세포나 조직에 새로이 발생(發生)하는 정보를 말초신경(求心神經)을 통하여 중추신경에 전달하고, 중추는 다시 말초신경(遠心神經)을 통하여 세포나 조직에 새로운 지령(指令((情報))을 내리는데, 이 때 그 정보를 역시 원의식(原意識)이 전달한다. 이와같이 세포나 조직과 중추와의 사이에서 정보(情報)를 주고 받는 전달자의 역할(役割)도 원의식이 맡아 하게 된다. 이러한 것이 원의식의 기능(機能)이다. 이러한 기능은 모두 원의식(潛在意識)의 감지성(感知性), 각지성(覺知性), 합목적성(合目的性)에 기인한다. 원의식이 이와 같은 기능을 발휘하는 동안에 원영상(原映像)이나 관계상(關係像)이 발달하게 된다.


(3) 원의식상(原意識像)의 형성


생물체속의 잠재의식 즉 원의식은 감지성(感知性)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원의식은 직감적(直感的)으로 세포나 조직의 구조, 성분, 특성 등을 감지한다. 더욱이 세포나 조직의 상황변화(狀況變化)까지도 원의식은 감지하게 된다. 그 때 원의식(原意識)이 감지한 내용, 즉 원의식에 반영된 영상이 원영상(原映像)이다.


원의식에 원영상이 생긴다는 것을 비유적으로 표현한다면, 물체가 거울에 비치는 것, 또는 필름의 노출에 의해 물체가 그 필름에 비치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원의식은 또 각지성(覺知性)을 가지고 있는데, 그것은 감지(感知)한 상태를 지속하는 것, 즉 원영상을 파지(把持; 감지한 상태를 지속하는 것)하는 것이어서 파지성(把持性)이라고 할 수도 있다.


세포, 조직, 기관 등 체내의 여러 요소(要素)는 각각 개성진리체(個性眞理體) 및 연체(聯體)로서, 내적 또는 외적인 수수작용을 함으로써 존재하고, 작용하며, 성장한다. 예컨대 어떤 하나의 세포의 경우, 그 세포내의 제요소(핵과 세포질)간에 벌어지는 수수작용이 내적수수작용이며, 그 세포와 타(他)세포와의 사이에 벌어지는 수수작용이 외적수수작용이다. 그 때의 수수의 관계가 성립하는데, 필요한 여러 조건을 관계형식(關係形式)이라고 하며, 만물은 예외없이 그러한 조건을 갖춘 상황하(狀況下)에서만 존재할 수 있기 때문에 이 관계형식은 존재형식(存在形式)이라고도 한다. 이 존재형식은 만물이 존재하는데 있어서 짜여지게 되는 틀(framework)이기도 한 것이다.


이 존재형식이 원의식에 반영되어서 이루어진 영상을 관계상(關係像) 또는 형식상(形式像)이라고 한다. 원의식은 이와 같이 원영상(原映像)과 관계상(형식상)을 지니고 있는데, 원영상과 관계상을 합친 것을 원의식상(原意識像)이라고 한다.


(4) 사유형식(思惟形式)의 형성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인식주체(認識主體, 인간)가 갖고 있는 내용에는 물질적내용(형상적내용)과 심적내용(성상적내용)이 있는데 물질적내용은 대상(사물)의 속성과 같은 것이며, 심적내용(心的내용)은 원영상이다. 여기에서 물질적내용이 심적내용의 대응원(對應源)이 되는 것이다. 여기의 대응원(對應源)이란 1 대(對) 1의 대응관계에 있는 두 요소(要素)중 원인적 관계에 있는 요소를 말한다. 예컨대 물체와 그림자의 관계와 같은 것으로서, 물체가 움직이면 그림자도 그에 따라 움직이고, 물체가 정지하면 그림자도 정지한다. 이 때 물체(物體)는 그림자의 대응원(對應源)이라고 한다.


그리고 몸과 마음의 관계에 있어서 몸이 건강할 때 마음이 건강해지고 몸이 약할 때 마음도 약해진다고 하면, 이때 몸은 마음의 대응원(對應源)이 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인식의 주체가 지닌 물질적(物質的)형식(形式, 형상적 형식)과 심적형식(心的形式, 성상적 형식)에 있어서 물질적 형식이 심적형식의 대응원(對應源)이 되는 것이다. 여기서 물질적형식은 바로 대상(사물)의 존재형식이다.


이미 누차 말한 바와 같이 인간의 몸은 만물의 총합실체상(總合實體相)이기 때문에, 만물의 속성 그대로가 몸의 속성이 되고, 몸의 속성이 원의식(原意識)에 반영되어서 원영상(原映像), 즉 심적(心的)내용이 되듯이, 만물의 존재형식도 그대로가 몸의 존재형식이 되고, 그것이 그대로 원의식에 반영되어서 심적형식(心的形式), 즉 관계상(關係像)이 된다. 심적형식이란 바로 사유형식(思惟形式)이다. 즉 사유형식의 뿌리는 존재형식이다. 따라서 존재형식(存在形式)은 사유형식의 대응원(對應源)이 되는 것이다.


세포나 조직에 있어서의 관계형식(關係形式, 존재형식)이 원의식에 반영되어서 관계상이 되는데, 이 원의식의 관계상은 일종의 정보가 되어서 대뇌의 중추에 전달되는 바, 먼저 수많은 관계상은 말초신경을 지나서 하위중추를 거친 다음 대뇌의 상위중추(皮質中樞)에 모인다. 그 과정에서 여러 관계상들이 정리되고 분류되면서 사유형식이 확정되어 피질중추에 도달된다고 본다. 즉 외계의 존재형식에 대응하는 심적 형식으로서의 사유형식이 심리(心理)속에 형성되는 것이다.


이 사유형식이 인간이 사고할 때에 그 사고가 따라야 하는 틀이 된다. 즉 인간의 사고(思考)는 사유형식(思惟形式)에 따라서 행해진다. 이렇게 되는 것을 사유형식이 사고를 규정한다고 말한다. 사유형식은 가장 근본적이고 일반적인 기본개념(基本槪念)을 의미하는 범주(範疇, 카테고리)와 동일한 것이다.


(5) 존재형식(存在形式)과 사유형식(思惟形式)


사유형식의 대응원이 존재형식이므로 사유형식을 알기 위해서는 먼저 존재형식을 이해하지 않으면 안 된다. 사물이 존재하기 위해서는 개체와 개체(또는 요소와 요소)가 관계를 맺지 않으면 안되는데, 이때의 형식 즉 관계형식이 곧 존재형식인 것이다. 통일사상에서 볼 때, 가장 기본적인 존재형식으로서 다음의 10가지가 있다.


①존재(存在)와 힘........ 모든 개체가 존재할 때, 반드시 거기에는 힘이 작용한다. 존재를 떠난 힘은 없고, 힘을 떠난 존재도 없다. 하나님으로부터의 원력이 만물에 작용하여 만물을 존재케 하고 있기 때문이다.


②성상(性相)과 형상(形狀)......... 모든 개체는 내적인 무형(無形)의 기능적요소와 외적인 유형의 질량(質量), 구조(構造), 형태(形態)로 되어 있다.


③양성(陽性)과 음성(陰性)......... 모든 개체는 성상과 형상의 속성으로서 양성과 음성을 지니고 있다. 양성과 음성은 공간적으로나 시간적으로 언제나 작용하고 있기 때문에, 음양(陽陰)의 조화에 의해서 미(美)가 나타난다.


④주체(主體)와 대상(對象)......... 모든 개체는 그 자체 내부의 상대적(相對的) 요소(要素) 사이에, 또는 그 개체와 다른 개체와의 사이에, 주체와 대상의 관계를 맺고 수수작용을 하면서 존재한다.


⑤위치(位置)와 정착(定着)......... 모든 개체는 일정한 위치에 정착한 후 존재한다. 즉 각 위치에는 거기에 적합한 개체가 자리잡고 있다.


⑥불변(不變)과 변화(變化)......... 모든 개체는 반드시 변하는 면과 변하지 않는 면을 가지고 있다. 피조물은 모두 자동적사위기대(정적사위기대)와 발전적사위기대(동적사위기대)의 통일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⑦작용(作用)과 결과......... 모든 개체에 있어서, 주체와 대상의 상대적(相對的)요소(要素)가 수수작용을 하면 반드시 거기에 결과가 나타난다. 즉 수수작용에 의해 합성체(合性體)를 이루거나 신생체(新生體)가 생긴다.


⑧시간(時間)과 공간(空間)......... 모든 개체는 시간과 공간속에 존재하는 시공적(時空的)존재이다. 존재한다는 것은 사위기대(공간적 기대)를 형성하면서 정분합작용(正分合作用)(시간적 작용)을 하고 있음을 뜻한다.


⑨수(數)와 원칙(原則)......... 모든 개체는 수적존재(數的存在)인 동시에 법칙적존재이다. 즉 수는 반드시 법칙 또는 원칙과 일치(一體)가 되고 있다.32)


⑩유한(有限)과 무한(無限)......... 모든 개체는 유한적(순간적)이면서 무한성 (지속성)을 지니고 있다.


이상은 통일원리의 사위기대(四位基臺), 수수작용(授受作用), 정분합작용(正分合作用)을 기반으로 하여 세워진 가장 기본적인 존재형식이다. 이것은 인식의 대상인 만물의 존재형식인 동시에, 인식의 주체인 인간 육신의 구성요소(構成要素)의 존재형식이다.


이들 존재형식에 대응하는 심적(心的)인 형태가 사유형식(思惟形式)이다. 즉 ①존재와 힘 ②성상과 형상 ③양성과 음성 ④주체와 대상 ⑤위치와 정착 ⑥불변과 변화 ⑦작용과 결과 ⑧시간과 공간 ⑨수와 원칙 ⑩유한과 무한 등이 그대로 사유형식이 된다. 존재형식은 물질적인 관계형식이며, 사유형식은 관념의 관계형식으로서 기본적(基本的) 개념(槪念)이다.


물론 이 외에도 존재형식이나 사유형식은 더 있을 수 있지만, 여기에 열거(列擧)한 것은 통일사상에서 본 가장 기본적인 형식이다. 칸트가 주장한 것 같이 사유형식이 존재와 무관계한 상태에 있는 것이 아니고, 또 마르크스주의가 주장하는 것같이 외계의 실재형식(實在形式)이 반영되어 사유형식이 된 것은 더욱 아니다. 인간자신은 원래부터 외계의 존재형식에 대응하는 사유형식을 갖추고 있다. 예컨대 인간자신은 원래부터 시간성과 공간성을 갖춘 존재이기 때문에, 시간과 공간의 사유형식(思惟形式)을 가지고 있으며, 원래부터 주체성과 대상성을 갖춘 존재이기 때문에 주체와 대상의 사유형식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10개의 존재형식에 정확히 대응하는 사유형식이 인간 마음에 갖추어져 있는 것이다.


4. 인식(認識)의 方法


(1) 수수작용(授受作用)


원리강론에는 주체와 대상이 상대기준을 조성하여 수수작용을 하면 생존(生存)과 번식(繁殖)과 작용(作用) 등을 위한 힘을 발생한다'33)고 되어 있다. 여기서 번식(繁殖)이란, 넓은 의미에서 출현, 발생, 증대, 발전을 의미한다. 또 작용(作用)은 운동, 변화, 반응 등을 의미한다. 인식은 지식의 획득(獲得)이나 증대를 의미하므로, 수수작용에 의한 번식의 개념에 포함된다. 따라서 인식은 주체와 대상의 수수작용에 의해서 이루어진다라는 명제(命題)가 세워진다.


인식에 있어서의 주체는 일정한 조건 즉 대상에 대한 관심(關心)과 원형(原型)을 갖춘 인간을 말하고, 대상은 내용(屬性)과 형식(存在形式)을 갖춘 만물(事物)을 말한다. 이 양자의 수수작용에 의해서 인식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2) 사위기대(四位基臺)의 형성


주체와 대상의 수수작용은 반드시 목적을 중심하고 이루어지게 되는데, 그 수수작용의 결과로서 인식이 성립(成立)된다. 따라서 인식은 사위기대(四位基臺) 형성(形成)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것이다.(그림 9-1)


사위기대(四位基臺)는 중심, 주체, 대상, 결과라는 4개의 위치에 의하여 성립(成立)된다. 다음에그각각의위치에대하여설명하고자한다.


1) 중심(中心)


수수작용의 중심이 되는 것은 목적이며, 목적에는 원리적(原理的)인 목적과 일상적이자 현실적(現實的)인 목적이 있다. 원리적인 목적은 하나님이 피조물을 지으신 창조목적으로서, 피조물의 입장에서 보면 그 피조물의 존재목적 즉 피조목적이기도 하다. 하나님의 창조목적은 심정(心情; 사랑)이 그 동기가 되었기 때문에 인간도 사랑을 동기로 하여 만물을 인식하는 것이 본래의 인식의 자세이다. 창조목적(피조목적)에는 성상적(性相的)목적과 형상적(形狀的)목적이 있으며 이 각각의 목적에는 다시 전체목적과 개체목적이 있다. 인식에 있어서 인간의 전체목적이란 이웃, 사회, 국가, 세계에 봉사하기 위하여 지식을 얻는 것이고, 개체목적이란 개인의 의식주(衣食住)의 생활과 문화생활을 위하여 지식을 얻는 것이다. 한편 대상인 만물의 전체목적은 인간에게 지식과 미를 주거나 인간에게 주관되어서 인간을 기쁘게 하는 것이며, 개체목적은 인간으로부터 인정을 받고 사랑을 받는 것이다. 그러나 인간의 타락(墮落) 때문에 만물은 그와 같은 창조목적(피조목적)을 完遂할 수가 없어서 만물은 탄식하고 괴로워하고 있다(롬 8:22).


일상적인 목적(또는 현실적인 목적)이란, 원리적인 목적을 토대(土臺)로 한 개별적인 목적, 즉 일상생활에 있어서의 각 개인의 목적을 말한다. 예컨대 식물학자가 자연(自然)을 볼 때는, 식물학도의 입장에서 자연계의 식물에 대한 지식을 얻고자 할 것이다. 화가(畵家)가 같은 자연을 대할 때는 미(美)의 추구를 위한 지식을 얻고자 할 것이다. 또 경제인이 자연을 대할 때는 그 자연을 개발하여 사업을 일으킨다는 입장에서 자연에 대한 지식을 얻고자 할 것이다. 그렇게 함은 모두 기쁨을 얻고자 하기 때문이다. 이와같이 기쁨을 얻고자 하는 원리적인 목적은 같지만, 각 개인의 일상적인 목적은 사람에 따라 천차만별(千差萬別)이라 할 수 있다.


2) 주체(主體)


인식에 있어서 주체가 대상에 대하여 관심을 갖는다는 것은 주체가 지녀야 할 요건의 하나이다. 관심이 없다면 주체와 대상 사이에 상대기준이 성립되지 않게 되어서 수수작용이 이루어질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예컨대, 어떤 사람이 길을 걷다가 친구와 마주쳤다고 하자. 그가 무슨 일을 골똘히 생각하면서 길을 걷고 있었다면, 관심이 그 일에만 쏠려 있었기 때문에 그 친구를 알아보지 못하고 그냥 지나쳐버릴 것이다. 또 등대(燈臺)지기의 부인(夫人)이 잠을 자고 있을 때, 파도소리 때문에 잠을 깨지는 않으나, 파도소리보다도 작은 자신의 어린아이 울음소리에는 잠을 깰 수가 있다. 이것은 파도소리에는 관심이 없으므로 그것을 의식하지 않으나, 어린아이의 울음소리에는 항상 관심이 있으므로 작은 소리도 느끼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실제로는 우연히 사물을 인식하는 경우도 많다. 예상치도 않았는데 갑자기 번갯불을 보고 천둥소리를 듣는 경우가 그 뚜렷한 예이다. 그와 같은 경우는 주체에 관심이 없어도 인식이 가능한 것같이 생각되지만, 그러한 경우에도 무의식적(無意識的, 잠재의식적)으로나마 반드시 관심은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어렸을 때 모든 것에 대하여 놀라움과 호기심을 가지고 대했던 일들을 기억할 것이다. 이 놀라움과 호기심이 바로 관심에서 유래한 것이다. 또 인간은 외국땅에 처음 갔을 때에도 모든 사물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대하게 된다. 그러나 성장함에 따라, 또는 여러 번 외국여행을 해봄에 따라서 관심은 습관화되고 잠재의식화하게 된다. 그것은 관심이 없어져버린 것이 아니고 잠재의식 속에서 관심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주체가 가져야 할 또 하나의 요건(要件)은 원형(原型)을 지니는 것이다. 아무리 대상에 대하여 관심을 가진다 해도 원형(原型)이 없다면 인식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예컨대, 처음으로 외국어를 듣는 경우 그 말이 무엇을 뜻하고 있는지 모른다. 또 한번도 만난 적이 없는 사람을 대할 때 그 사람은 낯설은 얼굴로 비치지만, 과거에 만난 적이 있다면 비록 잊어버렸더라도 왠지 모르게 낯익은 얼굴로 느껴지게 될 것이다. 이와 같이 인식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주체속에 판단(判斷)의 기준이 되는 원형이 반드시 갖추어져 있지 않으면 안 된다.


3) 대상(對象)


인식의 대상에는 자연의 만물뿐만 아니라 인간사회에서의 사물이나 사건, 인물 등도 있다. 통일원리에 의하면, 만물은 인간의 대상으로서, 인간은 만물의 주체(주관주)로서 지어졌기 때문에 주체인 인간은 대상인 만물을 사랑으로 주관한다고 되어 있는데, 그 때 인간은 만물을 감상(鑑賞)하거나 인식(認識)하면서 주관하게 된다. 따라서 만물은 미(美)의 대상, 인식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요소를 갖추고 있는 것이다. 그것이 내용으로서의 만물의 속성과 형식으로서의 존재형식(存在形式, 관계형식)이다. 이와 같은 내용과 형식은 만물이 갖추어야 할 조건이긴 하지만, 실은 만물 자체가 스스로 구비한 것이 아니고 하나님에 의해 만물에게 주어진 것이다.


인간은 만물의 총합실체상(總合實體相)이요 우주의 축소체이므로, 만물이 가지고 있는 내용과 형식에 대응(對應)하여 축소된 형태로서 역시 내용과 형식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4) 결과


목적을 중심하고 주체와 대상이 수수작용을 하면 반드시 결과가 나타난다. 여기서 결과의 성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사위기대(四位基臺)의 성격을 먼저 이해하지 않으면 안 된다. 원상론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사위기대에는 내적자동적사위기대(自同的四位基臺), 외적자동적사위기대(自同的四位基臺), 내적발전적사위기대(內的發展的四位基臺), 외적발전적사위기대(發展的四位基臺)의 4종류가 있다.


인식은 기본적으로 주체의 내용-형식과 대상의 내용-형식이 수수작용을 통하여 조합(照合)함으로써 합성일체화(合性一體化)해 가는 과정이다. 따라서 이때에는 자동적사위기대(自同的四位基臺)가 형성된다. 한편 창조나 주관의 경우에는 발전적사위기대(發展的四位基臺)가 형성된다. 그런데 인식은 주관과 밀접한 관계에 있다. 인식없는 주관도, 주관없는 인식도 모두 完全한 것이 되지 못한다. 그런데 인식과 주관은 인간과 만물의 수수작용에 있어서 상대적인 회로(回路)를 이룬다. 즉 인식의 과정은 수수작용에 있어서 대상에서 주체에로 향하는 회로(回路)이며, 주관의 과정은 주체에서 대상으로 향하는 회로(回路)이다. 여기에서 주관에 있어서의 발전적사위기대와 인식에 있어서의 자동적사위기대의 관계를 생각해 보자. 주관이란 창조성을 발휘하는 것이므로 주관의 사위기대는 창조의 사위기대와 같은 것이다.


원상론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하나님은 창조의 2단구조(構造) 즉 내적발전적사위기대(로고스의 형성)와 외적발전적사위기대를 통하여 만물을 창조하셨다. 그런데 이들 발전적사위기대(發展的四位基臺)에 있어서 먼저 내적발전적사위기대(內的發展的四位基臺)가 형성되고, 다음에 외적발전적사위기대(發展的四位基臺)가 형성되었던 것이다. 즉 내적인 사위기대(四位基臺)에서 외적인 사위기대(四位基臺)로라는 순서에 따라서 만물이 창조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인식을 위한 자동적사위기대(自同的四位基臺)는 먼저 외적자동적사위기대(自同的四位基臺)가 형성되고, 다음에 내적자동적사위기대(自同的四位基臺)가 형성된다. 즉 외적인 사위기대(四位基臺)에서 내적인 사위기대(四位基臺)로라는 순서에 따라서 인식이 이루어진다. 인식은 이 내적자동적사위기대(自同的四位基臺)가 형성됨으로써 그 결과로서 나타나는 바, 직접적으로는 외적인 요소와 내적인 요소의 조합(照合)에 의해서 성립된다. 그러면 그 인식의 과정(過程)은 구체적으로 어떠한 것일까. 그것은 다음의 인식의 과정에서 명백해질 것이다.


5. 인식(認識)의 과정


인간이 인식을 통해서 충분한 지식(知識)을 얻는 데는 일정(一定)한 과정을 거치게 된다. 그 과정이 소생-장성-완성의 3단계로서 감성적(感性的)단계-오성적(悟性的)단계-이성적(理性的)단계가 그것이다. 만물이 성장하는데 있어서 소생-장성-완성의 3단계를 거치는 것과 같다.


(1) 감성적단계(感性的단계)의 인식


이것은 인식과정의 소생적단계이다. 이 단계에서는 먼저 외적자동적사위기대(自同的四位基臺)가 형성된다. 의식적 또는 무의식적인 목적을 중심으로 하여 주체(인간)와 대상(만물)간의 수수작용이 행해지고, 대상의 내용과 형식이 주체의 감각중추(感覺中樞)에 반영되어서 영상 또는 표상을 형성한다. 이것이 감성적(感性的)내용과 감성적(感性的)형식(形式)인데, 이것을 감성적인식상(感性的認識像)이라고 한다(그림 9-2).


이 단계가 인식의 감성적단계이다. 이 때 주체는 관심과 원형을 갖추고 있지만 이 감성적단계에서의 원형은 아직 인식작용에 적극적으로 관여하지 않는다. 감성적(感性的)단계에서 형성되는 감성적내용이나 감성적형식은 단편적인 영상(映像)들의 집합(集合)일 뿐, 대상을 닮은 통일적인 영상(映像)을 이루지는 못한다. 따라서 이 단계에서는 대상이 구체적(具體的)으로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


(2) 오성적단계(悟性的단계)의 인식


이 단계는 인식의 장성적(長成的)단계이다. 이 오성적(悟性的)단계에 있어서는 내적인 자동적수수작용(自同的授受作用)에 의해서 내적인 자동적사위기대(自同的四位基臺)가 형성되며, 이 때 감성적단계에서 전달된 단편적인 영상들이 통일된다.


이 내적수수작용(授受作用)의 중심이 되는 목적은 감성적단계의 외적사위기대(四位基臺)때의 목적과 동일하며, 원리적 및 현실적목적이 그 중심(中心)이 된다. 이 때 주체의 위치에 오는 것이 내적성상(內的性相) 즉 마음의 기능적부분으로서, 인식에 있어서 그것은 지(知)-정(情)-의(意)의 통일체인 것이다. 그리고 마음은 생심(生心)과 육심(肉心)의 합성체로서 인간의 본심이며, 이것은 동물의 본능과는 차원이 다르다. 인식에 있어서 생심(生心)의 기능은 가치판단을 주관하고, 육심(肉心)의 기능(機能)은 感覺을 주관하며, 양자가 합해서 기억을 주관한다. 따라서 생심(生心)과 육심(肉心)의 합성체인 본심(本心)은 인식에 있어서 가치(진(眞)-선(善)-미(美))를 지향(指向)하면서 감각을 통괄하고 기억을 주관한다. 그리하여 인식에 있어서 마음(본심(本心))의 이러한 기능적부분을 특히 영적통각(靈的統覺)이라고 부르고자 한다.34) 이리하여 인식에 있어서 내적성상은 통각력(統覺力) 및 대비력(對比力)과 가치판단력 및 기억력(記憶力)으로써 작용하며, 실천에 있어서는 주체성으로서의 가치실천력으로 작용하게 된다.


내적사위기대(四位基臺)의 대상의 위치 즉 내적형상에는, 먼저 감성적단계의 외적사위기대(四位基臺)에서 형성된 감성적인식상 즉 감성적내용과 감성적형식이 이 단계로 옮겨져 온다. 그러면 이 감성적내용과 감성적형식에 대응(對應)하는 원영상(原映像)과 사유형식, 즉 원형이 영적통각(靈的統覺)에 의해 기억속에서 인출(引出)된다. 이 두 가지 요소 즉 감성적인식상과 원형이 함께 내적형상(內的形狀)을 이루게 된다.


이와 같은 상황하(狀況下)에서 수수작용이 행해지게 되는데, 이 때의 수수작용은 대비형(對比型)의 수수작용이다. 주체인 영적통각이 원형과 감성적인식상이라는 두 가지 요소를 대비(對比, 對照)하여 그 일치 또는 불일치를 판별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내용을 도표로 표시하면 그림 9-3과 같다.

그림 9-3. 내적자동적사위기대의 형성


이 대비에 의해서 인식이 이루어지며, 이러한 대비를 통일인식론에서는 조합(照合; collation)이라고 한다. 여기서 인식은 조합(照合)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결론이 성립한다. 따라서 통일인식론을 방법에서 보면 조합론(照合論)이 된다. 이에 대하여 마르크스주의 인식론은 반영론(反映論)이고, 칸트의 인식론은 구성론(構成論)이었다.


그러나 오성적(悟性的)단계에서 이루어지는 한 번의 인식(내적수수작용)으로는 인식이 불충분하거나 성립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35) 그 때에는 새로운 지식을 얻을 때까지 실천(실험, 관찰, 경험 등)과 병행하면서 내적수수작용을 계속해 나아가는 것이다.


(3) 이성적(理性的)단계의 인식


이 단계는 인식의 과정에 있어서 완성적단계이다. 여기의 이성(理性)이란, 개념(관념)에 의한 사유(思惟)의 능력을 말한다. 이성은 오성적단계의 인식에 있어서는 판단력, 개념화의 능력으로서 작용하였으나, 이성적단계의 인식에 있어서는 오성적단계에서 얻어진 지식(知識)을 자료로 하여 사유작용(思惟作用)에 의해 새로운 지식을 얻게 된다.


결국 이성적(理性的)단계에 있어서의 인식이란 사고(思考)이다. 이것은 원상에 있어서의 내적발전적사위기대(內的發展的四位基臺)에 의한 구상(로고스)의 형성에 해당된다. 마음속의 수수작용에 의해서 사고가 이루어지게 되는데 이것은 대비형의 수수작용이다. 즉 이전부터 가지고 있던 내적형상(內的形狀)중의 여러 요소(관념, 개념, 수리, 원칙 등)들 가운데 필요한 것을 골라서 내적성상(內的性相)이 그것들을 연합, 분리, 분석, 종합함으로써 여러 관념(개념)들을 이렇게 저렇게 조작한다. 관념(觀念, 槪念의 操作이란 內的性相이 내적형상의 여러 관념이나 개념들을 여러 가지로 對比함으로써, 즉 對比型의 수수작용을 함으로써 새로운 관념(개념)을 얻는 것)을 의미한다. 예컨대, 여러 관념중에서 아버지라는 관념과 아들이라는 관념을 대비해서 합당하다고 느껴지면, 이 두 관념을 결합해서 父子라는 새로운 관념을 얻는다.


또 하나의 예로서, 여러 개념중에서 사회(社會)라는 개념과 ‘제도(制度)라는 개념을 대비해서 합당하다고 느껴지면 이 두 개념을 합해서 사회제도(社會制度)라는 새로운 개념을 만든다. 이와 같이 여러 관념이나 개념들 중에서, 대비를 통하여 필요한 것을 가려낸 후 결합시켜서 새로운 관념이나 개념을 만드는 것을 관념(개념)의 조작(操作)이라고 한다. 이와 같은 관념(觀念, 개념)의 조작을 반복하면서 지식은 증대해 간다. 이 내적인 수수작용에 있어서 내적성상은 역시 영적통각(靈的統覺)으로서의 기능을 다하게 된다. 이성적(理性的)단계의 인식은 내적발전적사위기대(內的發展的四位基臺)의 형성을 통하여 이루어 진다(그림 9-4).


이성적(理性的)단계의 인식에 있어서 새로운 지식의 획득은 매번마다의 판단의 완결을 동반하면서 연속적으로 이루어진다. 즉 일단 얻어진 새로운 지식(완결한 판단)은 사고의 자료로 내적형상(內的形狀)속에 옮겨져서 다음 단계의 새로운 지식의 형성에 이용된다. 이리하여 지식(思考)은 발전해 간다. 즉 내적발전적사위기대(內的發展的四位基臺)형성을 반복하면서 지식은 발전해 간다(그림 9-5).


이와 같은 내적사위기대(四位基臺)의 발전은 실천을 병행하면서 행해지게 되는데, 실천을 통하여 얻어진 결과(신생체(新生體))가 내적사위기대(四位基臺)의 내적형상에 옮겨져서 새로운 지식의 획득에 이용된다. 새로운 지식이 얻어지면 다시 새로운 실천을 통하여 그 진위(眞僞)가 검증된다. 이와 같이 하여 반복적인 실천 즉, 반복적인 외적발전적(發展的)사위기대(四位基臺)의 형성(形成)이 인식을 위한 내적발전적사위기대(內的發展的四位基臺)의 형성(形成)과 병행하여 이루어지게 된다(그림 9-6).

 


6. 인식과정(認識過程)과 신체적(身體的) 조건(條件)


통일인식론은 통일원리 또는 통일사상을 근거로 한 인식론이므로, 종래의 인식론과 다른 점이 있다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통일인식론의 주장이 과학적 견해에 반한다든지 그것과 거리가 있다고 한다면, 통일인식론도 과거의 인식론과 마찬가지로 주창자(主唱者)의 단순한 주장으로 끝나서, 보편타당성이 인정될 수 없을 것이다.


종래의 인식론 즉 경험론이나 이성론, 칸트의 선험적(先驗的)인식론이나 마르크스주의 인식론은 모두 과학적인 견해와 무관계한 이론이었거나, 또는 오늘날의 과학적 견해와 일치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과학이 발달한 오늘날에 있어서 그것들은 거의 설득력을 갖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통일인식론은 과학적인 입장에서 보더라도 타당한 이론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대하여 이제부터 논술(論述)하고자 한다.


(1) 심리작용(心理作用)과 생리작용(生理作用)의 병행성


통일사상은 이성성상인 원상(原相)을 닮아서 만물이 창조되었다는 이론에 근거하여, 모든 존재는 성상과 형상의 이성성상으로 존재한다는 것을 주장한다. 인간은 마음과 몸의 이중적존재(二重的存在)이며, 인체를 구성하고 있는 세포, 조직, 기관 등도 모두 심적요소(心的要素)와 물질적요소(物質的要素)의 통일체인 것이다. 그 뿐 아니라 인간의 모든 활동이나 작용도 이중적(二重的)이어서, 거기에는 반드시 심리작용과 생리작용이 통일적으로 병행하게 된다. 따라서 통일사상에서 보면 인식작용도 반드시 심리적과정과 생리적과정이 병행하고 있다. 예컨대 마음과 뇌의 수수작용에 의해 정신작용(의식작용)이 나타난다(그림9-7). 여기의 마음이란 생심(生心, 靈人體의 마음)과 육심(肉心, 육신의 마음)의 합성체인 것이다.


뇌(腦) 연구(硏究)의 세계적 권위자인 펜필드(W. Penfield, 1891~1976)는 뇌(腦)는 일종(一種)의 컴퓨터이며 마음은 그 컴퓨터를 조작하는 프로그래머(programmer)와 같다는 의미의 말을 하였다.36) 마찬가지로 저명한 뇌(腦) 연구학자인 엑클스(J. C. Eccles, 1903~)도 마음과 뇌(腦)는 별개의 것이며, 마음과 뇌(腦)의 상호작용으로서 심신(心身)문제를 파악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하였다.37) 그들의 주장은 마음과 뇌의 수수작용에 의해서 정신작용이 영위된다는 통일사상의 견해와 일치한다. 이것은 통일인식론이 주장하는 바가 과학적 견해(見解)와 일치한다는 실례(實例)의 하나가 되는 것이다(그림 9-7).


(2) 원의식(原意識), 원영상(原映像)의 대응원(對應源) p.579


다음은 통일인식론에 있어서의 독특한 개념인 원의식(原意識)과 원영상(原映像)에 대하여, 그것을 입증할 만한 과학자들의 견해를 살펴 보자. 이미 설명한 바와 같이 원의식은 세포나 조직에 스며든 우주의식 또는 생명이며, 원영상은 이 의식(意識)의 필름에 찍힌 영상이다. 여기서 원의식은 목적의식이며, 원영상은 정보이다. 이것은 세포가 목적의식을 가지면서 정보에 따라 일정한 기능을 다하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서 사이버네틱스이론에 의하여 원의식과 원영상을 검증(檢證)해 보고자 한다.


사이버네틱스란 기계에 있어서의 정보의 전달과 제어(制禦)의 자동화방식(自動化方式)을 말한다. 생물에 있어서는 정보가 감각기관(感覺器官)을 통하여 중추에 전달되고, 중추신경이 그것을 통합하여 적절한 지령(指令)을 말초신경을 통하여 효과기(效果器; 근육)에 보내게 되는데, 이 현상은 자동기계의 자동조작과 같은 것이어서 생물에 있어서의 사이버네틱스(cybernetics)현상이라 불리운다. 그러나 생물의 경우, 그 자동현상은 문자 그대로의 자동조작이 아니라 그 생물이 지닌 자율성(自律性)에 의한 자율적인 조작이다.


이러한 사이버네틱스 현상은 한 개의 세포에서도 볼 수 있다. 즉 세포질로부터 핵으로의 정보의 전달과, 이에 대한 핵의 반응이 끊임없이 자율적으로 되풀이되면서 세포의 생존(生存), 증식(增殖) 등이 행해진다. 이러한 사이버네틱스 현상을 통하여 한개의 세포에서도 자율성이 작용하고 있음을 발견할 수가 있다. 이 세포에 있어서의 자율성이 바로 생명이며, 원의식이다. 예컨대, 프랑스의 생리학자(生理學者) 앙드레 구도-페로(Andree Goudet-Perrot)는 그가 저술한 생물의 사이버네틱스 속에서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세포의 정보원(情報源), 즉 암호를 가지고 있는 세포핵이 세포질의 작은 기관(mitochondria, Golgi complex등)에 명령을 하면서 세포의 생활에 필요한 화학반응을 일으키고 있다. 여기서 세포의 암호란 생물의 해부학적 형태 및 본질적 기능에 관한 일체의 정보를 말한다.


그런데 여기에서 다음과 같은 의문이 당연히 생기게 될 것이다. 첫째로, 암호는 해독되고 기억되지 않으면 안되는데, 그 해독과 기억의 주체는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둘째로, 세포의 생활에 필요한 화학반응을 일으키기 위하여 세포핵이 명령을 하려고 할 때, 세포핵은 세포 내부의 상황을 정확히 각지(覺知)하고 있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데 이 각지(覺知)의 주체는 무엇이냐 하는 것이다.


이에 대하여 현상 면만을 취급하고 있는 과학(生理學)의 입장에서는 대답할 수가 없다. 그러나 이성성상이라는 이론을 가진 통일사상은 거기에도 성상(性相)으로서의 합목적적(合目的的)인 요소 즉 의식이 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분명하게 말할 수가 있다. 세포 속에 있는 이 의식이 바로 원의식이며, 정보가 원영상인 것이다.


(3) 인식(認識)의 3단계의 대응원(對應源)


이상으로 인식에 있어서의 삼단계인 감성적단계, 오성적단계, 이성적단계에 대해서 설명하였다. 그런데 오늘날의 대뇌생리학(大腦生理學)은, 대뇌피질(大腦皮質)에 이와 같은 인식의 3단계에 대응하는 생리과정이 있음을 알리고 있다. 대뇌피질(大腦皮質)은 크게 나누어 감각기로부터 신호를 받는 감각야(感覺野, 감각분야), 수의운동(隨意운동(運動); 의도에 따라 움직임)에 관계되어 신호를 내보내는 운동야(運動野), 그리고 그 이외의 연합야(聯合野)로 나누어진다. 연합야는 앞머리연합야(前頭聯合野), 두정연합야(頭頂聯合野), 옆머리연합야(側頭聯合野)로 구분되는데, 전두연합야는 의지(意志), 창조(創造), 사고(思考) 등의 기능에 관계되고, 두정연합야는 지각(知覺), 판단(判斷), 이해(理解) 등의 기능에 관계되며, 측두연합야는 기억의 메카니즘에 관계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먼저 빛, 소리, 맛, 향기, 촉감(觸感) 등의 정보가 말초신경을 통하여 각각 시각(視覺), 청각, 미각, 취각, 피부감각(체성감각) 등의 감각야에 전해진다. 여기의 감각야에 있어서의 생리적과정(生理的過程)이 감성적(感性的)단계의 인식에 대응하는 것이다. 다음에 감각야의 정보는 두정연합야에 모여져서 거기에서 지각되고 판단(이해)되는데, 이것이 오성적(悟性的)단계의 인식에 대응하는 생리적 과정이다. 그리고 이 이해, 판단을 터로 하고 전두연합야에서 사고가 이루어지고, 이어서 창조활동이 행해지게 되는데, 이것이 이성적(理性的)단계의 인식에 대응하는 과정이다. 이와 같이 삼단계의 인식에는 각각 대뇌(大腦)의 생리적인 과정이 대응하고 있다. 도표로 표시하면 그림 9-8과 같다.

그림 9-8. 인간의 대뇌피질의 분업체제


(4) 정보전달에 있어서의 심리적 과정(心理的 過程)과 생리적 과정(生理的 過程)의 대응관계


인체(人體)는 항상 몸의 외부나 내부에서 여러 가지 정보를 받아들인 후 이것을 처리하고, 거기에 대응하는 작용이 행해진다. 눈, 귀, 피부 등의 수용기(感覺器)가 받아들인 자극은 임펄스(impulse)가 되어서 신경섬유의 구심로(求心路)를 통하여 중추신경에 이른다. 중추신경은 그 정보를 처리하여 지령(指令)을 방출(放出)하는데, 그 지령이 임펄스로서 신경섬유의 원심로(遠心路)를 통하여 근육, 분비선(分泌腺) 등의 효과기에 전달되어 반응을 일으킨다 (그림 9-9).


어떤 자극을 받을 경우, 무의식중(無意識中)에 즉 상위중추(上位中樞)와는 관계없이 반응이 일어나는 것을 반사(反射)라고 한다. 이 경우 척수(脊髓), 연수(延髓), 중뇌(中腦) 등이 그와 같은 반사중추가 되어서 자극에 대하여 적절한 지령을 보내곤 한다.


여기서 수용기(受容器)를 통해 들어온 정보가 어떻게 해서 전해지는가를 알아보자. 수용기에 들어온 정보는 거기에 있는 신경세포에서 전기적(電氣的)인 신경임펄스로 변한다. 신경임펄스란, 신경섬유의 흥분부위와 흥분하지 않은 부위와의 사이의 막전위(膜電位)의 변동을 말하는데, 그것이 신경섬유를 따라 이동하게 된다. 그때 생기는 전위의 변화를 활동전위(活動電位)라고 한다. 신경섬유의 막(膜)이 정지(靜止)한 상태에서는 그 막의 내측이 負(-)의 전기를 띠고 있으나, 임펄스가 통과할 때 전하(電荷)가 역전(逆轉)되어 내측(內側)이 正(+)으로 대전(帶電)한다. 이것은 나트륨이온이 내측(內側)에 유입(流入)됨으로써 일어나는 현상이다. 이어서 칼륨 이온이 외측(外側)에 유출(流出)됨으로써 하전(荷電)은 원래의 상태를 회복한다. 이와 같이 하여 막전위(膜電位)의 변동이 일어나서, 이것이 이동하게 된다


다음은 신경세포의 연결부 즉 시냅스(synapse)에 있어서 신경임펄스는 어떻게 전달되는 것일까. 시냅스는 체액(體液)이 들어 있는 공간으로서 이 시냅스에 이르러 전기적인 임펄스가 화학적인 전달물질로 변환(變換)되어서 시냅스의 간극(間隙; 틈새)을 이동한다. 그리고 그 화학물질이 다음의 신경섬유에 도달하게 되면 거기서 다시 전기적임펄스로 변환(變換)된다. 즉 한 신경세포의 신경섬유를 흐르는 전기적(電氣的)인 신호가 시냅스에서는 화학적인 신호(化學物質)로 변하고, 그 화학적신호가 다음의 신경세포의 신경섬유에 도달하면 다시 전기적인 신호로 변하게 된다. 시냅스에 있어서의 전달물질은, 전기 임펄스가 흐르는 신경이 운동신경이나 부교감신경의 경우에는 아세칠콜린(acetylcholine)이며,교감신경의경우에는노르아드레날린(noradrenaline)임이 밝혀졌다. 이상에서 설명한 정보전달의 메카니즘을 도표로 표시하면 그림 9-11과 같다.


이상이 정보전달에 대한 생리적과정(生理的過程)인데, 통일사상에서는 이 생리적과정의 배후에 반드시 의식과정이 병존(竝存)하고 있다고 본다. 즉 신경섬유에 있어서의 활동전류나, 시냅스에 있어서의 화학물질의 이동의 배후에 원의식이 작용하고 있으며, 이 원의식이 정보의 내용을 각지(覺知)하면서 정보를 중추에 전달하고 있다고 본다. 다시 말하면 원의식을 정보의 전달자로 간주할 수가 있다. 그래서 신경섬유에 있어서의 활동전류나 시냅스에 있어서의 화학물질의 출현은, 정보의 전달자인 원의식에 의해서 생겨나는 생리적(物理的現象)으로 보는 것이다.


(5) 원형(原型)의 형성에 있어서의 대응관계(對應關係)


앞에서 원영상(原映像)과 관계상(關係像)의 대응원이 각각 세포나 조직의 내용과 요소의 상호관계에 있음을 분명히 밝혔는데, 그것들을 각각 말단원영상(末端原映像)과 말단관계상(末端關係像)으로 부르고자 한다. 이에 대하여 인식의 오성(悟性)단계에서 나타나는 원영상과 관계상을 중추(中樞)원영상과 중추(中樞)관계상이라고 부르고자 한다.


말단원영상이 신경로(神經路)를 통하여 상위중추에 이르는 과정에 있어서, 중추신경계의 각 중추(中樞)에서 선별되고 또 복합(複合) 연합(聯合)되어서 중추원영상이 된다. 말단관계상의 경우도 중추신경계의 각(各) 중추(中樞)에서 선별되고, 또 복합(複合) 연합(聯合)되어서 중추관계상이 되는데, 이 중추(中樞관계상이 대뇌피질(大腦皮質)에 이르러 사유형식이 된다. 또한 그 때, 대뇌피질에 있는 지각중추의 중추신경계 各 위치(位置)는, 각각 그 위치에 있어서의 원영상과 관계상을 보관하고 있게 된다.


인식의 원형(原型)을 구성하고 있는 것은 이와 같은 원영상(原映像)과 사유형식 외에 경험적영상(經驗的映像) 또는 경험적관념(經驗的觀念)이라고 불리는 것이 있다. 이것은 그때까지의 경험에서 얻어진 영상(관념(觀念))이 기억중추에 보관되어 있다가, 그 후의 인식에 있어서 원형의 일부가 된 것이다. 이 때 원영상(原映像)과 사유형식을 선천적원형(先天的原型)(또는 원초적원형(原初的原型))이라 하고 경험적영상을 경험적원형(經驗的原型)이라고 한다.(전술(前述)) 중추신경계에 있어서, 정보가 하위(下位)에서 상위(上位)로 이행함에 따라 정보의 수용량(入力)과 방출량(出力)이 증대함과 동시에, 정보의 처리방법은 보다 더 포괄(包括)化되고 보편화된다. 이것은 한 국가의 행정에 있어서 행정조직이 위로 올라갈수록 취급하는 정보량이 증대하고, 정보의 처리방식도 보다 포괄적, 보편적으로 되는 것과 같다.


가장 상위의 중추 즉 대뇌(大腦)피질에 있어서, 정보의 수용(受容)은 바로 인식이며, 정보의 보관은 곧 기억이다. 그리고 정보의 방출(放出)은 바로 구상(思考)과 창조와 실천이다. 이와 같은 대뇌피질의 통합작용과는 차원이 다르지만, 하위중추(下位中樞)의 통합작용도 그 방식은 대뇌피질의 그것과 동일하며, 이러한 의식에 의한 합목적적(合目的的)인 통합작용이 각각의 중추에서 행해지고 있다. 여기의 합목적적(合目的的)인 통합작용(統合作用)이란 생리적 통합작용과 의식적(정신적) 통합작용의 통일을 말한다. 그리하여 중추신경의 각 위치에 있어서, 생리적인 통합작용과 의식적인 통합작용이 병행되면서 통일적으로 행해진다. 즉 중추신경의 정보(神經임펄스)의 전달이라는 생리과정에는 반드시 판단, 기억, 구상 등의 심리과정이 대응하고 있는 것이다.


관계상(關係像; 형식상(形式像)의 전달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同정보가 하위의 중추에서 상위의 중추로 이행함에 따라, 그 다양한 정보가 처리를 통하여 점차 단순화되는데, 이것은 말단의 개별적인 관계상이 상위로 이행함에 따라 점차로 보편화되고 일반화되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대뇌피질(大腦皮質)에 이르면 완전히 개념화되어서 사유형식 즉 범주가 된다. 이것은 마치 행정시책(行政施策)이 행정조직의 말단(末端)으로 갈수록 보다 더 개별성(個別性), 특수성(特殊性)을 띠게 되고 중앙(中央)으로 갈수록 일반성(一般性), 보편성(普遍性)을 띠는 것과 같다 하겠다.


(6) 원형(原型)과 생리학(生理學)


원형(原型)이란, 인식에 있어서 주체가 미리 가지고 있는 관념이나 개념을 의미하며, 이것을 다른 말로 기억(記憶)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앞에서 인간은 선천적(先天的)인 원형과 경험적인 원형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는데, 이것에 대하여 생리학자(生理學者)의 표현을 빌린다면, 유전적기억과 경험에 의한 획득기억에 해당한다고 하겠다.41) 생물체로서의 인간의 세포나 조직에 관한 정보인 유전적기억(遺傳的記憶)은, 대뇌변연계(大腦邊緣系)-대뇌(大腦)의 신피질(新皮質)에 싸여져(包圍되어) 있는, 구피질(舊皮質)로 된 부분- 등에 축적되어 있다고 뇌생리학(腦生理學)은 보고 있다. 그러면 획득기억(獲得記憶)은 의학적으로 볼 때 어떻게 해서 어디에 축적되어 있을까.


기억에는 수초간(數秒間) 지속되는 단기(短期)의 기억과 수시간에서 수년간에 걸쳐 지속되는 장기(長期)의 기억이 있다. 단기의 기억은 전기적(電氣的)인 반복회로(反復回路)를 터로 한다고 되어 있다. 한편 장기의 기억에 대해서는 뉴론회로설(回路說)과 기억물질설(記憶物質說)의 두 가지 설(說)이 주장되어 왔다. 뉴론회로설(回路說)은, 개개의 기억은 접합부(시냅스)에 변화가 이루어진 특수한 뉴론의 회로망(回路網)에 축적된다고 하는 입장이고, 기억물질설은 개개의 기억에 대해서 RNA나 펩티드 등의 기억물질이 관계하고 있다고 보는 입장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기억물질설을 주장하는 학자들이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42) 장기(長期)의 기억의 자리(座)에 관해서는 다음과 같이 추측된다. 대뇌(大腦) 내부의 대뇌변연계(大腦邊緣系)에는 해마(海馬)로 불려지는 부분이 있다. 이 해마가 정보 기억의 역할을 다하고, 그 후 기억은 대뇌신피질(大腦新皮質; 측두엽)에 영속적으로 축적된다고 되어 있다. 즉 기억은 해마(海馬)를 통하여 측두엽(側頭葉)에 축적된다고 보고 있다.


인식에 있어서 이와 같은 기억(축적되어 있는 지식)이, 감각기관(感覺器官)을 통하여 들어온 외계로부터의 대상의 정보와 조합(照合)되어 판단된다는 것을 구도-페로(Andree Goudot-Perrot)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감각수용기(感覺受容器)에 의해서 받아들여지는 정보-이들 정보는, 대뇌피질 감각중추에 의해서 획득되어 `기억(記憶)'속에 저축되어 있는 지식과 조합(照合)되어 판단된다.‘ 이러한 판단관(判斷觀)은, 외계에서 들어온 정보(외적영상(映像))가 원형(내적영상(映像))과 조합된 후 일치 또는 불일치가 판단되는 것이 인식이라고 하는, 통일인식론의 주장과 일치(一致)하는 견해인 것이다.


(7) 관념(觀念)의 기호화(記號化)와 기호(記號)의 관념화(觀念化)


마지막으로 기호(記號)의 관념화와 관념의 기호화(記號化)에 대해서 언급하고자 한다. 주체인 인간이 대상을 인식할 때, 대상의 정보가 감각기에 도달하면 그것은 임펄스가 되어서 감각신경을 타고 상위중추(上位中樞)에 도달하며, 대뇌피질의 감각중추에서 임펄스(일종(一種)의 기호)는 관념화되어서 의식의 거울에 일정한 영상(映像; 觀念)으로 비쳐진다. 이것이 기호(記號)의 관념화(觀念化)이다. 이에 대하여, 실천(實踐)의 경우 어떤 일정한 관념에 따라 행동이 이루어지게 되는데, 그때 그 관념이 임펄스가 되어서 운동신경을 통하여 효과(效果)器(근육)에 이르러서 이것을 움직인다. 이것이 관념(觀念)의 기호화(記號化)이다. 임펄스는 일종(一種)의 기호이기 때문이다.


오늘날의 대뇌생리학(大腦生理學)에 의하면, 인식에서 생긴 관념이 기억으로서 뇌의 일정한 장소에 저장될 때, 그 관념은 뉴론의 특수한 결합의 양식(樣式)으로서 기호화되고, 또 그 기호화된 기억이 필요에 따라서 상기(想起)될 때, 의식(意識)은 기호를 해독하여 관념으로서 이해한다고 한다. 이것은 기억의 저장과 상기(想起)에 있어서도 관념의 기호화와 기호의 관념화가 행해지고 있음을 뜻한다. 그 예로서 대뇌생리학자(大腦生理學者) 가자니가(M. S. Gazzaniga)와 레두우(J. E. LeDoux)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우리들의 경험은 매우 많은 특징(特徵)을 가지고 있으므로, 경험의 개개의 특징이 뇌(腦) 안에서 각각 특이하게 부호화(符號化)된다고 간주한다.


기억(記憶)의 저장과 부호화(符號化) 및 부호의 해독(解讀)이, 다면적(多面的)인 과정에서 뇌(腦)속에서 다량(多量)으로 수행(遂行)되고 있다는 사실은 금후에 더욱 명백하여 질 것이다.


이와 같은 관념(觀念)과 기호(記號)의 상호전환은, 마치 1차코일과 2차코일 사이를 유도(誘導)에 의해 전류가 이동하는 것같이, 관념(觀念)을 지니고 있는 성상적인 심적(心的)코일과 기호(記號)를 지니고 있는 형상적(形狀的)인 물질적코일(뉴론)과의 사이에 생기는, 일종의 유도현상(誘導現象)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관념(觀念)과 기호(記號)의 상호전환은, 인식작용이 심적과정과 생리적과정의 수수작용에 의해서 영위(營爲)되고 있다는 것을 뒷받침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