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포성에 나타난 고구려 성곽 축조방법 소개

2012. 4. 15. 12:27삶이 깃든 이야기/문화유산

 

이번에는 당포성에 나타난 고구려의 성곽 축조법에 대해 소개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흔히 연천 고구려 3대성인 호로고루, 당포성, 은대리성은 기본적으로 동일한 방식으로 성곽을 축조하였습니다. 성이 위치한 입지 조건도 동일하지만 인공적인 성벽인 동쪽 성벽을 축조하는 방식 역시 거의 유사합니다. 따라서 성벽에 대한 조사가 이루어진 당포성을 통해 임진강 일대 평지성들의 성곽 축조법의 특징을 알아보겠습니다.

 

당포성은 익히 아시다 시피 임진강과 당개천이 합류하는 지점에 서쪽 방향으로 뾰족한 삼각형을 이루는 현무암 대지 위에 위치합니다. 이 곳은 서쪽과 남쪽, 북쪽 방면이 모두 깍아지르는 절벽으로 이루어져 있어 이 절벽 자체가 자연적으로 형성된 성벽이 됩니다. 이런 성의 입지 조건은 고구려의 초기 도성인 홀승골성 또는 졸본성으로 비정되는 환인의 오녀산성과 매우 유사합니다. 사진에서 보시듯 오녀산성은 상정상부의 천연 절벽을 성벽으로 이용하고 진입이 가능한 동쪽에 인공 성벽을 쌓아 축조한 성입니다.

 

오녀산성(좌)과 오녀산성 동북벽(우)

 

당포성(좌)과 당포성 동벽(우)

 

자연 지형을 최대한 활용하는 고구려 성곽들은 그 축조법에 있어서도 이전 글에서 소개해 드렸듯이 대단하지만 오녀산성과 연천의 고구려 3대성은 고구려 군사 전략과 성곽 축조법의 효율성을 보여주는 백미라 할 수 있습니다.

 

당포성은 이렇듯 삼면이 절벽으로 둘러쌓인 곳을 택하여 그 절벽을 성벽으로 삼고 진입이 가능하여 방어가 취약한 동쪽에 높고 견고한 성벽을 쌓아 그 내부를 성으로 활용한 성입니다. 당포성의 동벽은 넓은 개활지로 연결되어 있고 평지이기 때문에 내탁식(경사면에 기대어 한쪽에만 성벽을 쌓는 방식)을 적용할 수 없는 조건입니다. 따라서 성의 외면에 석축성벽을 쌓기 위해 매우 독특한 방법을 적용했습니다.

 

먼저 성을 쌓기 위해서는 기초를 튼튼히 다져야 합니다. 성의 기초부는 상부의 엄청난 하중을 버틸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대게 흙을 매우 단단하게 다지는 판축 기법이 적용됩니다. 우선 땅을 일정 깊이로 판 후(대개 기반암까지 파고 내려갑니다) 흙을 다질 구간을 나누어 목재를 대고 흙을 부어 발로 다집니다. 이 때 한 번에 작업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일정 높이로 흙을 붙고 다지기를 반복하기 때문에 생각한 것 이상으로 땅을 굳게 다질 수 있습니다.

 

당포성 동벽 하부 기초 다짐

기초부를 다져 쌓고 나서 석축 성벽을 기대어 쌓을 수 있는 흙둔덕(흔히 토루라고도 표현합니다)을 쌓았습니다. 당포성의 경우 그림에서 보시는 것 처럼 바깥쪽의 석축 성벽이 누르는 하중을 견뎌 내야 하기 때문에 매우 두텁게 흙둔덕을 쌓았습니다.

 

 

 

그러고 나서 흙둔덕에 기대어 마치 내탁식 성벽처럼 바닥에서부터 석축 성벽을 흙둔덕 양면에 쌓아 올렸습니다. 이 때 성의 바깥쪽 부분은 성벽의 주요 방어부를 형성하기 때문에 잘 다듬은 돌을 이용해 정연하게 쌓았고 안쪽면은 사진에서 보듯이 막깍은 돌을 이용해 쌓았습니다. 이렇듯 당포성은 호로고루도 마찬가지지만 겉에서보면 돌을 쌓아 올린 석축 성벽 처럼 보이나(현재는 석축 성벽의 붕괴를 예방하기 위해 흙으로 덮어 두었습니다만) 사실은 토성과 석성이 결합된 토석혼축성으로 볼 수 있습니다.

 

성벽 상부에는 그림에서 보시듯 일정한 간격으로 기둥구멍들이 뚫려 있습니다(현재 당포성 성벽 상부 관람 데크가 있는 부분). 성벽 바깥쪽에 면해 이 기둥 구멍들이 확인되고 있는데, 후성산 산성 등 일부 중국의 산성들에서도 확인되고 있습니다. 아직까지 정확한 용도에 대해서는 알려져 있지 않지만 성의 여장과 관련된 방어 시설물이 설치되었던 곳이 아닐까하는 추측들이 있습니다.

 

본격적으로 성의 가장 중요한 석축부의 성벽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당포성은 호로고루와 마찬가지로 동벽과 임진강에 면한 주상절리 절벽 사이의 공간(현재 성으로 출입하는 관람로가 놓여 있는 곳)에 출입 시설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호로고루의 경우는 이 부분의 성벽이 성내부에 버섯 재배사가 운영되면서 차량 진입을 위해 성벽을 허물어 훼손시켰기 때문에 그 형태를 알 수 없으만 당포성은 비교적 석축으로 마감된 그 원형이 잘 남아 있습니다. 아이러니컬 하게도 원형이 잘 보존되어 있기 때문에 당포성은 내부 토축부와 외부 석축부 사이가 어떤 구조로 되어 있는지 명확하게 알 수 없지만 호로고루는 외부 석축이 훼손되었기 때문에 관람로를 따라 단면상에서 성의 축조방법에 대한 매우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호로고루의 동측 성벽 구조를 보면 내부 토축부와 체성벽 사이에 두터운 석축부(외곽측 석축구간)가 존재함을 알 수 있는데, 아마도 당포성도 내부 토축부와 외부 체성벽 사이에 일정구간 뒷채움 석축부가 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밖에서는 볼 수 없는 성의 내부 구조를 살펴 보았습니다. 성의 외부를 구성하는 석축부는 크게 2부분으로 나뉘는데, 성의 본래 성벽인 체성벽과 체성벽의 붕괴 방지 및 하중 분산을 위한 보축벽으로 구분됩니다. 체성벽은 말 그대로 성의 본체입니다. 하부에서 성의 가장 높은 정상부까지 잘 다듬은 돌로 쌓아 올린 부분입니다. 이 체성벽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당포성의 경우는 3단에 걸쳐 보축벽을 쌓아 올렸습니다. 사진에서 보듯이 계단형태를 이루고 있습니다.

 

 

체성벽은 판축다짐한 곳에서부터 직선으로 위로 쌓아 올라갔습니다. 당포성의 체성벽은 3단의 보축벽 뒤에 가리워져 있기 때문에 조사 당시에도 매우 좁은 부분만 보축벽을 걷어 내고 조사를 했기 때문에 그 정확한 실상을 알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단편적으로 알 수 있는 사실은 판축다짐한 기초부 위 굽도리를 형성하고 있는 성돌이 다른 부분의 성돌들 보다 크고 두텁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점은 다른 여러 고구려 산성들에서도 익히 알려져 있는 고구려 성의 굽도리 조성 방법입니다. 그러나 체성벽과 보축벽이 누르는 하중으로 현재 당포성 체성벽의 굽도리 돌들이 각각 제위치에서 약간씩 벗어나 이탈되어 있기 때문에 굽도리 조성에 계단식 뒷물림 쌓기가 적용되었는지는 현재 알 수가 없습니다.

당포성 체성벽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수직기둥홈과 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사진에서 보시는 것 처럼 당포성 체성벽에는 일정한 간격으로 사각형 모양의 수직기둥홈이 성벽 상부에서 부터 아래쪽으로 길게 패여 있습니다. 현재까지 성벽의 수직 기둥홈은 평양의 대성산성과 호로고루, 당포성에서만 알려져 있어 학술적으로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당포성의 수직기둥홈은 그 아래쪽에 확돌과 바로 연결되어 세트를 이루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최근 호로고루 동벽 조사과정에서 확이 확인되었으나 수직기둥홈과는 별개로 설치된 것이기 때문에 당포성의 것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이 수직기둥홈은 성벽을 쌓는 과정에서 각 구간을 표시하고 수직과 수평을 잡기 위한 나무 기둥을 설치하기 위한 시설로 알려져는 있으나 그 정확한 용도는 알 수 없습니다.

 

 

당포성 동벽 수직기둥홈과 확(위)과 호로고루 확과 수직기둥홈(아래)

 

지금까지 내용을 정리하면, 당포성은 자연 지형을 최대한 활용한 견고한 방어성벽으로 적의 진입이 가능한 동쪽에 인공적인 성벽을 쌓아 만든 성입니다. 당포성의 동벽은 고구려의 본거지였던 중국 환인, 집안, 평양 일대에서 관찰되는 고구려의 독특한 성곽 축조법을 관찰할 수 있는 남한에서 대표적인 유적입니다. 당포성 동벽은 겉으로 보기에는 성돌을 쌓아 만든 석축성벽인 듯 보이나 사실은 내부는 흙을 쌓아 올리고 그 외면에 석축 성벽을 쌓은 토석혼축의 성입니다.

고구려성에서만 관찰되는 독특한 성곽 구조들인 성 상부의 기둥구멍과 체성벽의 수직기둥홈이 관찰되며 체성벽의 안전성을 강화하기 위해 3단에 걸쳐 보축벽을 쌓아 올렸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당포성의 동벽의 축조법과 특징에 대해 설명드렸습니다. 다음에는 은대리성 동벽의 구조와 특징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글쓴이: 강 상 식 학예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