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곡리 퇴적층의 이해를 위한 기초 지식

2012. 4. 15. 13:07삶이 깃든 이야기/문화유산

 

전곡리 유적의 기본적인 층위 구조는 익히 알려져 있듯이 선캠브리안기의 화강편마암이 기반암을 이루고 그 상부에 고한탄강의 하천력층(백의리층)이 분포하며 이 자갈층을 제4기 용암이 피복하고 있습니다. 구석기 문화층은 용암 상부를 두텁게 덮고 있는 퇴적층에서 발견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유적의 지질 구조에 대해서는 거의 모든 연구자들이 공통적으로 동의하는 바이지만 문제는 용암을 피복하고 있는 퇴적층의 형성 과정, 원인, 퇴적물의 기원, 시기 등에 있습니다. 이 문제는 하위 퇴적 단위를 이루고 있는 용암의 분류 시기 문제와도 밀접한 연관을 가지고 있으며 전곡리 유적의 연대 문제에 대한 모든 논쟁의 중심에 있습니다.

 

퇴적층이라고 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흙이 쌓여 있는 것을 말하며 간혹, 지층으로 표기되기도 합니다. 층위라고 하는 것은 층층히 쌓인 퇴적층을 구분해 표기한 것인데, 대개 흙의 색조, 입자 등의 차이를 기준으로 구분합니다. 기본적으로 퇴적층, 퇴적층위라고 하는 것은 흙이 쌓여 있는 것과 쌓여 있는 모습이다 라고 보시면 됩니다. 따라서 퇴적층과 층위 구조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흙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쌓이게 되는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지구 표면을 뒤덮고 있는 암석은 각종 자연 현상에 의해 풍화작용을 받게 되는데, 물과 바람 등에 의해 암석 표면이 깎이거나 갈라져 떨어져 나가며 화학적, 생물학적 작용으로 암석이 분해되기도 합니다. 이 과정에서 보다 작은 물질로 변모하게 되는데, 이런 물질이 기본적으로 우리가 흙, 또는 토양이라고 부르는 물질입니다. 이런 물질은 물, 바람 등에 의해 자리를 이동해 다른 곳에 차곡차곡 쌓이게 되며 이 과정을 퇴적이라고 합니다. 퇴적된 암석 풍화 물질은 생물 작용(배설물, 식물 유체 등)과 대기의 화학물질 작용으로 풍부한 유기물을 포함한 물질로 재탄생하게 되는데, 이러한 과정을 토양화라고 합니다. 토양화가 이루어진 흙은 모든 생물이 자라는 대지를 구성하게 되는 것입니다. 오랜 세월이 지나며 토양화된 흙은 각 종 지구과학적 작용을 받아 때로는 지하 깊숙히 내려가기도 하며 계속된 퇴적이 진행되면 먼저 쌓인 퇴적물은 상부에 쌓인 두터운 이후 퇴적물에 눌리기도 합니다. 이곳에 대규모 지각 운동을 수반하는 지질운동이 발생하게 되면 단단하게 굳은 퇴적물은 엄청난 압력과 열에 의해 변성 작용을 받아 새로운 암석으로 재탄생하게 됩니다. 모든 자연 현상이 그렇듯 우리가 밟고 서 있는 땅 또한 자연의 섭리(circle of life)에 따라 돌고 돌게 되는 것입니다.

 

암석에서 풍화작용을 받아 떨어져 나온 덩치가 제법 큰 각력(자갈 등)과 보다 덩치가 작은 흙은 다양한 방법으로 이동되어 쌓이게 됩니다. 대표적인 이동 방법은 우선 물에 의해 움직이는 것입니다. 특히 하천 운동에 의한 움직임은 매우 큰 운동 에너지를 수반하고 있는데, 대개 좁은 협곡을 타고 흐르는 강의 상류에서는 보다 큰 운동에너지가 작용하기 때문에 입자가 비교적 큰 자갈과 각력들이 퇴적되며 강의 하류로 내려갈 수록 운동에너지가 줄어들게 되면 입자가 작은 모래 등이 퇴적됩니다. 폭우로 인해 강물이 급격히 불어나는 경우에는 자연제방을 넘어 강물이 범람하게 되는데, 범람한 물은 고여있다가 비가 거치면 다시 강으로 천천히 후퇴하게 되며 이 때 모래보다 작은 입자의 물질을 범람원에 퇴적을 시키게 됩니다. 범람원에 퇴적된 물질은 대개 강에서 멀어질 수록 입자가 곱고 작은 물질이 퇴적되게 됩니다. 정리하면 물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되는, 즉 물이 흐르는 곳에서는 강의 운동에너지에 따라 자갈과 모래가 퇴적되고 범람원에는 고운 실트와 점토와 같은 물질이 퇴적되게 됩니다.

 

흙이 움직이는 또 다른 대표적인 방법은 바람에 의한 것입니다. 가장 쉽게 우리가 인지할 수 있는 것은 매년 초봄이면 중국에서 불어오는 황사를 예로 들면 될 것같습니다. 비교적 건조하고 추운 기후에 강한 대륙풍이 불게 되면 바람을 타고 흙은 비교적 먼거리를 이동하게 됩니다. 아주 먼거리를 이동하기 때문에 매우 고운 입자의 물질들만이 바람에 의해 이동해 다른 곳에 퇴적되게 됩니다.

 

물과 바람에 의한 퇴적물의 이동은 비교적 장거리 이동을 전제한 것이라면 사면붕적토로 불리는 퇴적 과정은 비교적 짧은 거리의 이동을 전제로 합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지구 표면의 암석은 기계적 풍화작용에 의해 흙으로 변모하는데, 이런 현상은 암석이 존재하는 모든 곳에서 발생하는 현상이며 산과 낮은 구릉지역을 구성하는 암석 역시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끊임없이 토양을 생산하고 풍화작용에 의해 암괴들이 떨어져 나갑니다. 이렇게 생산된 흙과 암괴들은 중력의 작용으로 비교적 낮은 저지대로 이동하여 쌓이게 되는데, 이를 사면붕적토라고 합니다. 간혹, 바람에 의해 날아와 쌓인 흙이 이 과정에서 같이 이동해 쌓이기도 합니다.

 

흙의 형성과정과 퇴적 과정에 대한 기초 지식은 전곡리유적의 비밀을 옅보기 위한 단초일 뿐, 이제 보다 깊숙히 전곡리 퇴적층의 비밀로 들어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우리가 퇴적층이라고 부르는 것은 흙이 퇴적된, 즉 쌓여 있는 모습인데, 층이라고 부르는데서 알 수 있듯이 각 단위의 퇴적물들은 개별적인 스토리를 가지고 다른 퇴적물들과 겹쳐져 있습니다. 개별 층준간에 차이가 존재해 구분이 가능한 것은 각 단위의 층들은 서로 상이한 요인(물, 바람, 인위적 변형 등)에 의해 퇴적이 이루어지거나 퇴적될 당시의 기후 등 작용하는 외부 환경 요인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개별 층준의 형성 과정과 작용한 기후적 요인에 대한 분석이 가능하다면 유적이 형성될 당시의 환경과 기후에 대해 믿음직한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익히 알려져 있듯이 우리나라의 토양은 산성토양으로 유기물 분해에 특화된 토양입니다. 따라서 구석기시대라는 수만~수십만년 단위의 유적에서 유기물질인 뼈, 식물 유체 등 당시의 생활상과 환경상을 복원하기 위한 재료를 얻기가 거의 불가능한데, 북한의 승리산 동굴, 금강 상류의 두루봉 동굴 등 석회암 동굴 유적을 제외하고 야외 유적에서 발견되는 유물이라고 해봐야 석기 뿐인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석기 역시 나중에 구체적으로 다루어 볼 주제인데, 당시의 기술과 생활 방식을 복원하는 중요한 자료이긴 하지만 당시의 모습을 복원하기 위한 매우 단편적인 정보의 하나일 뿐입니다. 따라서 퇴적층에 대한 이해는 당시의 환경을 복원하고 유적이 형성되는 과정을 이해할 수 있는 현재 까지로는 가장 유용한 정보 매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글이 길어 져서 이만 줄이고 다음에는 본격적으로 용암대지 위에 퇴적물이 쌓이는 과정과 당시의 기후 조건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글: 강상식 학예사